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콜린의 절망을 희망으로
하지만 콜린은 보모가 하는 말을 듣고 흐느끼는 사이에 숨을 내뱉었다.
"보, 보여줘!
쟤도 그러면 알게 되겠지!"
옷을 벗겨 놓으니 마르고 가는 등이 참 보기 안쓰러웠다.
갈빗대와 척추 관절을 하나 하나 다 셀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굳이 세지 는 않았다.
다만 허리를 굽힌 채로 조그마한 얼굴에
진지하면서도 거친 표정을 띠고 자세히 살폈다.
나는 얼마나 심술궂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지
보모는 실룩이는 입술을 숨기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1분 정도 침묵이 흘렀다.
심지어콜린도 숨을 참고 있는 동안
나는 마치 런던에서 온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라도 된 양
골똘히 척추를 위 아래, 아래 위로 살폈다.
"혹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마침내 내가 말했다.
"핀만 한 혹덩어리 하나 만져지지 않아.
등뼈 덩어리 밖에는, 그건 말랐기때문에 만져지는 것일 뿐이야.
나도 등뼈가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걸.
게다가 이전에는 네 것처럼 나도 그렇게 튀어나왔었어.
하지만 점점 살이 찌니까 덜보이는데
아직 다 가릴 만큼 살이 오르지 않았을 뿐이야.
핀만큼 작은 덩어리도 없다니까!
다시 있다고 우기면 웃어 버릴거야!"
그 누구보다도 콜린은 그렇게 성이 나서 내뱉는 유치한 말이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았다.
만약 자신의 비밀스러운 공포에 대히 얘기할 사람이 있었더라면,
사람들이 질문을 하도록 받아주었다면,
어린이 말벗이 있고 거대하고 꽁꽁 닫힌 저택에서
대체적으로 콜린에게 관심없고 질려 버린 사람들의 공포가
짙게 깔린 공기나 마시면서 누워있지 않았더라면,
콜린 본인도 자신의 공포와 병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임을 알았을 터였다.
하지만 콜린은 그동안 내내 누워서
몇 날 며칠을 자기와 병과 피곤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화가 나고 동정심 하나 없는 꼬마 소녀가
고집스럽게 콜린이 생각만큼 아픈 건 아니라고 우기자
실제로 그 애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몰랐네요."
보모가 용기를 내 끼어들었다.
"도련님이 척추에 혹이 났다고 생각했는지는,
도련님은 일어나 앉으려고도 하지 않으시니까 등이 무척 약하죠.
제가 알았더라면 등에 혹 같은 건 없다고 얘기했을텐데."
콜린은 침을 꿀걱 삼키고 고개를 약간 돌려 보모를 보았다.
"그, 그럴까?"
콜린은 가련하게 물었다.
"그럼요, 도련님."
"봐!"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콜린은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폭풍 같은 흐느낌이 잦아들어
뚝뚝 끊기는 숨을 길게 내쉬기 위해 가만히 잠깐 누워 있었다.
그렇지만 굵은 눈물이 얼굴에서 줄줄 흘러 베개를 적셨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니 기이하게도 크나 큰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이윽고 콜린은 몸을 돌리고 보모를 다시 보았다.
그 순간 보모에게 말을 걸때는 참 이상하게 전혀 라자 같은 태도가 아니었다.
"그럼 내가...
살아서 어른이 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콜린이 물었다.
보모는 영리하지도 마음이 부드럽지도 않았지만
런던의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을 반복했다.
"지시받은 대로 잘 따르고 성질을 부리지 않으며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많이 쐬면 그럴지도 몰라요."
콜린의 짜증 발작은 지나갔다.
게다가 하도 울어서 기운이 빠지고 지쳐서 이 때문에
약간 더 상냥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콜린은 한 손을 내 쪽으로 약간 내밀었고,
다행스럽게도 나의 짜증도 지나가서 마음이 누구러진 터라
나또한 손을 내밀어 중간에서 맞잡았다.
일종의 화해가 이루어졌다.
"나, 나 너랑 나갈게, 메리."
콜린이 말했다.
"신선한 공기 마시는 거 괜찮아.
우리가 만약..."
콜린은
"우리가 만약 비밀의 정원을 찾는다면."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적절한 순간에 멈춰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이렇게 끝맺었다.
"만약 디컨이 와서 내 휠체어를 밀어 준다면 너랑 같이 나가고 싶어.
디컨과 여우, 까마귀도 정말 보고 싶으니까."
보모는 헝클어진 침대를 다시 정리해 주었고 베개를 흔들어서 폈다.
그런 후 콜린에게 쇠고기 수프를 한 그릇 만들어 주고 나에게도 한 그릇 주었다.
나도 몹시 흥분했던 터라 기쁘게 받았다.
메들록 부인과마사도 기쁜 마음으로 슬쩍 물러났고
모든 것이 깔끔하고 고요하게 정리된 후에는
보모 또한 기쁘게 자리를 뜨고 싶은 듯했다.
나를 보면서 대놓고 하품을 했다.
나는 커다란 발걸이 의자를 네 기동 달린 침대 쪽에 끌어다 놓고 앉아
콜린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씨도 가서 주무세요."
보모가 말했다.
"도련님도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잠시 후엔 잠이 들테니까요.
그런 후엔 저도 옆방에 가서 자면 돼요."
"내가 보모에게 배운 노래 불러줘?"
내가 콜린에게 속삭였다.
콜린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 당겼고
호소하듯 피곤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 그럼!"
콜린이 대답했다.
"참 정겨운 노래였어.
그 노래 불러 주면 나도 금방 잠이 들거야."
"음,"
보모는 마지못해 한 번 말을 던졌다.
"도련님이 30분 이내에 잠이 들지 않으면 저를 부르세요."
"알았어."
내가 대답했다.
보모는 금방 방에서 나갔고 그 여자가 가 버리자마자
콜린은 나의 손을 다시 끌어당겼다.
"하마터면 말할 뻔 했어."
콜린이 말했다.
"하지만 때맞춰 끊었지.
이제 난 말은 그만하고 잠을 잘 거야.
그런데 너 나한테 해줄 멋진 얘기가 많다고 했지.
혹시 비밀의 화원에 이르는 길을 좀 찾았어?"
콜린의 불쌍하고 피곤해 보이는 작은 얼굴과 부어오른 눈을 보자
내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으래."
내가 대답했다.
"찾은 것 같아. 네가 잠을 자면 내일 말해줄게."
콜린의 손이 떨렸다.
"아, 메리!"
콜린이 말했다.
"아, 메리! 내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나도 살아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모의 노래를 해 주는 대신에 첫날 해준 것처럼
정원 안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했던 얘기를 해 줄 수 있어?
그 얘기를 들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아."
"그래."
내가 대답했다.
"눈을 감아."
콜린은 눈을 감고 아주 고요히 누워 있었고
나는 그 손을 잡고 아주 천천히,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그곳이 아주 오랫동안 혼자 있었을 거라 생각해.
그래서 덩굴들이 자라 아름답게 얽혀 있지.
장미들이 기어오르고 기어올라 나뭇가지와 담장에서 늘어지고
땅 위를 기어가고 있을 거야.
이상한 회색 물안개와 비슷하게.
어떤 것들은 죽어있었지만 많은 것들이 아직 살아 있어.
여름이 오면 장미가 자라서 커튼을 이루고 샘을 이룰거야.
땅속에는 나팔 수선화와 스노드롭, 백합과 붓꽃이
한가득 있어서 어둠을 뚫고 나오려 해.
이제 봄이 시작되었으니까.
어쩌면... 어쩌면..."
부드럽게 윙윙 거리는 내 목소리에 콜린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제 그 꽃들이 풀 사이로 나오고 있을지 몰라.
어쩌면 자줏빛 크로커스와 황금빛 크로커스 무리가 올라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도 말야.
어쩌면 이파리들이 돋아 뻗어 나가기 시작했을 거야.
또 어쩌면...
회색이던 풍경이 변해서 녹색 얇은 너울이 땅과 나무를
기어가듯 덮었을 수도 있어.
모든 것을 초록색으로 덮은 거지.
새들이 그 광경을 보러날아오고 있어.
왜냐면 무척이나 안전하고 고요하니까.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나는 실로 아주 부드럽고도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울새는 짝을 찾아서 둥지를 짓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콜린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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