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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침실탈출작전

Joyfule 2017. 12. 14. 22:18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침실탈출작전  
     
    당연히 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깨지 못했다.
    피곤한 나머지 늦게까지 잤고 마사는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와서 
    콜린은 조용하긴 하지만 울고 발작을 일으켜서 진을 뺀후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프고 열이 났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는 천천히 아침을 먹으면서 얘기를 들었다.
    "도련님은 아씨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만나러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디."
    마사가 말했다.
    "도련님이 아씨를 그렇게나 좋아하다니 참으로 이상허네요.
    아씨가 어제 도련님을 혼내 주지 않으셨어라?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럴 엄두도 못 냈는디.
    아, 불상한 도련님!
    어찌나 버릇이 없는지 무슨 양념을 쳐도 더 나은 아이가 되진 않을 거여요.
    엄니 말로는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은 두 가지라는 구먼요.
    하나는 아무것도 뜻대로 하지 못하는 거, 
    아니면 항상 자기 뜻대로 하는 거라고,
    어떤 게 더 나쁜건지 모르겠다고 하시데요.
    아씨도 꽤 성질 부리셨잖어요.
    하지만 제가 도련님 방에 들어가니까 그러시데요.
    '메리 양에게 와서 나한테 얘기 좀 해 달라고 전해 줄 수 있겠어?'
    도련님이 그렇게 정중하게 부탁한 건 처음 본다니께요!
    가 주실 거죠, 아씨?"
    "난 뛰어가서 디컨 먼저 봐야겠어."
    내가 말했다.
    "아니, 그럼 콜린 먼저 만나서 얘기를 해야겠다.
    걔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갑자기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내가 모자를 쓰고 콜린의 방으로 가자 순간 콜린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얼굴은 불쌍할 정도로 하앴고 
    눈 주위에는 검은 그늘이 졌다.
    "와 줘서 기뻐."
    콜린이 말했다.
    "피곤해서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다 아파.
    너 어디 가려는 거야?"
    나는 가서 콜린의 침대에 기댔다.
    "오래 못 있어."
    내가 대답했다.
    "디컨에게 갈 거야.
    하지만 돌아올 게. 콜린, 저기, 정원에 대해 할 말이 있어."
    콜린의 얼굴이 환히 빛나면서 혈색이 약간 돌아왔다.
    "아, 그래?"
    콜린이 외쳤다.
    "밤새 정원 꿈을 꿨어.
    네가 회색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 하는 것 들었어.
    난 파르르 떨리는 작은 이파리들이 가득한 장소에 서 있는 꿈을 꿨어.
    여기저기 둥지에 새들이 있었고 모두 무척 부드럽고 잠잠해 보이던데.
    누워서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고 있을게."
    5분 후 나는 디컨과 함께 정원에 있었다.
    여우와 까마귀도 다시 디컨과 함께 있었고 
    이번에는 온순한 다람쥐도 두 마리 데려왔다.
    "오늘 아침엔 조랑말을 타고 왔어."
    디컨이 말했다.
    "아! 얘는 참 착한 친구야.
    펄쩍이라고 혀.
    여기 두 마리는 주머니에 넣어 왔어.
    이쪽에 있는 아이는 밤톨이라고 허고, 
    다른 쪽의 아이는 깍지야."
    우리 둘이 자리에 앉아 대장은 발밑에 둥그렇게 몸을 말고 누웠고,
    검댕이는 점잖게 나무 위에 앉아 귀를 기울였으며, 
    밤톨이와 깍지는 가까운 자리엣거 코를 킁킁대며 다녔다.
    나는 이런 흥겨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얘기를 시작하자, 
    디컨의 명랑한 얼굴에 떠오른 표정에 마음이 점차 변했다.
    디컨이 나보다도 더 콜린을 안타깝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컨은 고개를 들어 하늘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새들소리 들어봐.
    세상이 온통 저 소리로 가득 차 있구먼.
    휘파람 소리와 피리 소리."
    디컨이 말했다.
    "쏜살같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서로 부르는 소리를 들어 보라지.
    봄이 오는 건 이처럼 온 세상이 부르는 것 같어.
    이파리가 쭈르르 뻗어 나와 볼 수 있지.
    게다가 시상에, 여기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디컨은 기분좋게 위로 들린 코를 킁킁 거렸다.
    "그런데 저 불쌍한 도련님은 방 안에 갇혀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이런저런 딴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그러니 비명을 지르는 것도 당연하지 않겄어, 
    아! 세상에!
    우리 도련님을 여기로 데려 나와야 혀.
    도련님이 이런 멋진 광경을 보고 소리도 듣고 공기 냄새도 맡게 해야 혀.
    햇빛을 흠뻑 쐬게 해야지.
    우물쭈물 해선 안 되여."
    디컨은 평소에는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 조심하지만 들뜨면 심한 요크셔 사투리를 썼다.
    하지만 나는 디컨의 심한 요크셔 사투리가 좋았고 
    사실 나고 그렇게 말하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엉, 증말 그래야 겄네."
    내가 말했다.
    "우리가 뭘 할지 먼저 말해 줄겨."
    내가 말을 이었다.
    디컨은 이 꼬마 아씨가 혀를 꼬아가며 
    요크셔 사투리를 말하려고 노력하는게 참 재미나서 씩 웃었다.
    "콜린은 널 엄청 좋아혀. 
    널 보고 싶고 검댕이와 대장을 보고 싶어혀.
    내가 집으로 도로 가서 니가 내일 아침에 만나러 온다고 할겨.
    그 동물들도 데려온다고 하고, 
    그런 다음 좀 있다가 이파리가 더 나고 
    새순도 한둘 피면 콜린을 데리고 나오자.
    니가 콜린의 휠체어를 밀고 걔한테 모든 걸 보여 주자."
    말을 멈춘 나는 스스로 무척 뿌듯했다.
    이전에는 요크셔 사투리로 그렇게 긴 연설을 한 적이 없었으나 
    아주 잘 기억해서 따라했다.
    "아씨는 그런 요크셔 사투리로 콜린 도련님에게 말해야겄네."
    디컨이 킥킥 거렸다.
    "그러면 도련님을 웃길수 있을 거여.
    아픈 사람에게 웃음만큼 좋은 건 없지.
    엄니는 매일 아침 30분만 웃으면 
    장티푸스에 걸릴락 말락 하는 사람도 낫게 할 수 있다고 혔어."
    "오늘 바로 콜린에게 요크셔 사투리로 말해야겠다."
    나도 킥킥거렸다.
    정원은 매일 낮밤으로 마법사가 지나가며 
    요술 지팡이로 땅과 나뭇가지에서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듯한 시기에 이르렀다.
    ​정원을 떠나고 싶지 않아 참 힘들었다.
    밤톨이는 나의 드레스 위로 기어올라 왔고 
    깍지는 앉아있던 사과나무 둥치로 주르르 따라 내려와 
    궁금증을 가득 품은 눈으로 나를 똘망똘망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