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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콜린과 다툼

Joyfule 2017. 12. 11. 20:25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콜린과 다툼  
     
    "넌 이기적이야!"
    콜린이 외쳤다.
    "넌 아닌 줄 알아?"
    내가 대꾸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언제나 그러더라.
    자기들이 바라는 걸 해 주지 않는 사람은 다 이기적이라고. 
    넌 나보다 더 이기적이야.
    넌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이기적인 애야."
    "난 아냐!"
    콜린이 되쏘았다.
    "난 네가 좋아하는 착한 디컨만큼이나 이기적이진 않다고, 
    걘 내가 여기서 혼자 있는 걸 알면서도 널 흙구덩이 속에서 놀게 했잖아.
    그렇다면 걔도 이기적이야!"
    내 눈이 불을 뿜었다.
    "걘 세상 어떤 애보다도 착해!"
    내가 말했다.
    "걘, 걔는 천사나 같아!"
    약간 어리석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착한 천사라니!"
    콜린은 흥 코웃음을 쳤다.
    "걘 황야에서 사는 평범한 오두막집 소년이야!"
    "그래도 평범한 라자보다는 낫지!"
    내가 반박했다.
    "걘 천배는 나아!"
    둘중 내가 더 강했기 때문에 내가 점점 기선을 잡기 시작했다.
    사실 콜린은 평생 자기 같은 사람과 싸워 본 적이 없었던 지라 
    이 다툼은 대대적으로 콜린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콜린이나 나나 둘 다 짐작조차 못했다.
    콜린은 베개를 벤 채로 고개를 돌렸고 눈을 꼭 감았다.
    굵은 눈물방울이 새어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어리석고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난 너만큼 이기적이지 않아.
    난 항상 아프고 언젠가 내 등에 혹이 생길걸 아니까.
    게다가 난 죽을 거고."
    '넌 안 죽어!"
    나는 별로 가여워하는 기색도 없이 부정했다.
    콜린은 분개해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라고?"
    콜린이 외쳤다.
    "죽을 거야!
    너도 내가 죽는 다는 거 알잖아! 
    모두가 그런다고."
    "난 안 믿어!"
    나는 기분이 상해 소리쳤다.
    "네가 그런 말 하는 건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려는 것뿐이잖아.
    너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지.
    안 안 믿어!
    네가 착한 애라면 사실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넌 너무 못됐어!"
    콜린은 등의 아픔을 무릎쓰고 건강한 사람처럼 화를 벌컥 내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이 방에서 나가!"
    콜린은 소리를 치며 베개를 집어 나에게 던졌다.
    멀리 던질 만큼 힘이 세지 못해서 베걔는 내 발치에 툭 떨어졌지만 
    내 얼굴은 호두까기에 집힌 양 찡그려졌다.
    "나 간다."
    내가 말했다.
    "나 다시 안 올 거야!"
    나는 문으로 가다가 뒤를 휙 돌면서 입을 열었다.
    "나 너한테 온갖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 주려 했어.
    디컨이 여우와 까마귀를 데려왔고 나는 그 얘길 너한테 해주려 했단 말이야.
    이젠 너한테 한 마디도 안 할거야!"
    ​나는 씩씩하게 걸어 나가 문을 닫았다.
    놀랍게도 문밖에서는 간호사 훈련을 받은 보모가 엿듣고 있었는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층 더 놀라운 건 보모가 깔갈 웃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보모는 덩치가 크고 예쁜 아가씨로 애초에 간호사겸 
    보모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병약자를 참지 못했고 틈만 나면 핑계를 대면서 
    마사나 자기 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에게 콜린을 맡기기 일쑤였기때문이었다.
    나는이 보모를 좋아한 적이 없었고, 
    손수건에 대고 낄낄거리는 간호사를 가만히 서서 쳐다보았다.
    "뭘 보고 웃는 거에요?"
    내가 물었다.
    "아가씨랑 도련님, 두 어린아이를 보니 웃기네요."
    ​보모가 말했다.
    "아파서 쨍쨍거리는 아이에겐 그만큼이나 버릇없는 아이랑 
    맞서 싸우도록 하는게 제일 좋은 일이죠."
    보모는 다시 손수건에 대고 웃었다.
    "도련님에게 티격태격하며 싸울 여우 같은 여동생이 있었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콜린 죽나요?"
    "나야 모르고 상관도 없죠."
    보모가 말했다.
    "도련님  병의 원인 중  반은 히스테리와 성질이에요."
    "히스테리가 뭔데요?"
    "이런 다음에 도련님이 짜증 내는 걸 보면 알게 될 거에요.
    어쨌든 아가씨가 도련님이 히스테리를 부릴 만한 꺼리를 주었으니 나는 다행이네요."
    ​나는 정원에서 돌아왔을 때와는 딴판인 기분으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화가 나고 실망했지만 콜린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콜린에게 여러 멋진 얘기를 하려고 잔뜩 고대하고 있었고, 
    콜린에게 커다란 비밀을 믿고 털어놓아도 괜찮을지 결정을 내릴작정이었다.
    이제는 점점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지만 마음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절대로 얘기해 주지 않을테니 
    콜린이야 자기 원하는대로 방 안에 누워 
    신선한 공기 한번 못쐬고 죽어버리든지 말든지!
    그래도 싸다! 
    나는 어찌나 심술이 나고 가차 없는 생각이 들던지 
    잠깐 동안 디컨이나 세상을 어느새 슬며시 덮은 초록색 너울, 
    황야로부터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에 관해선 까맣게 잊어버렸다.
    ​마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 떠오른 곤혹스러운 표정은 잠시나마 흥미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탁자 위에는 나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뚜껑이 열려 있어서 그 안에 든 깔끔한 꾸러미들이 보였다.
    "크레이븐 주인님이 보내신 거여요."
    마사가 말했다.
    "안엔 그림책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나는 고모부 방에 갔던 날에 고모부가 물어봤던 말을 떠올렸다.
    "뭐 원하는 게 있느냐?
    장난김이나 책, 인형을 갖고 싶어?"
    나는 고모부가 인형을 보내셨나, 
    보내셨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꾸러미를 풀었다.
    콜린이 가진 것처럼 아름다운 책 몇 권이 들어 있었고 
    그중 두 권은 정원에 관한 책으로 그림이 가득했다.
    게임이 두세 개 들어 있고 금박으로 머리글자를 새긴 
    아름다운 필기도구 상자, 황금 펜과 잉크병 받침도 함께 들어있었다.
    모든 게 무척 근사해서 기쁨이 성난 기운을 마음에서 몰아내 버렸다.
    고모부가 나를 개억해 주리라고는 기대도 안했는데, 
    딱딱했던 작은 마음이 따뜻하게 녹았다.
    "난 활자체보단 필기체를 더 잘쓰니까."
    내가 말했다.
    "이 펜으로 고모부에게 고맙다는 편지부터 써야겠다."
    내가 콜린과 아직도 친한 사이였다면 당장 뛰어가서 
    받은 선물을 보여 주었을 것이고 두 사람은 함께 
    그림을 보고 정원 책을 읽으면서 게임을 같이 하려고 했을지 몰랐다.
    콜린도 무척 재미있게 놀았을 것이고 그러면 자기가 죽는다거나 
    혹이 나오나 등뼈에 손을 대본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콜린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는데, 
    콜린 자신이 늘 두려운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콜린은 언젠가 작은 혹이 만져지면 곱사등이가 되기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콜린은 메들록 부인이 보모에게 속삭이는 말을 
    언젠가 엿듣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후로 남몰래 그 생각을 반복하다가 결국엔 마음속에 확고히 굳히게 되었다.
    메들록 부인은 콜린 아버지의등이 
    어렸을 때 그런 식으로 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콜린은 그런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만은 했고, 
    사람들이 말하는 콜린의 '짜증'은 숨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히스테리였다.
    나는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콜린이 가여웠다.
    "콜린이 성을 내거나 피곤할 땐 항상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성을 냈지. 
    어쩌면, 어쩌면 오후 내내 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서서 양탄자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다신 안가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망설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도 어쩌면 만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걔가 날 오라고 하면, 아침에, 어쩌면 다시 베개를 던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