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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성공시대

Joyfule 2011. 5. 28. 22:36
    ♣ ‘말짱’ 성공시대 ♣ 대화법 알려주는 책들 쏟아지고 기업마다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열올려… ‘말꽝’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가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요즘 각 대학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교수학습센터’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무슨 ‘학습’을 받는 것일까? 지식은 많지만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교수들이 넘치는 탓에, 학교 당국에서 보다 못해 만든 일종의 ‘교수법 클리닉’이라고 한다. 안다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차이가 있다. 누가, 왜, 무엇을 말하나 한 공기업의 ‘사장님’이 지역 순례에 나섰다. 인력 개편으로 술렁일 때라 각 지역의 직원들을 다독이려는 목적이었다. 한 지역의 간담회장. 말단 직원 한 명이 사장의 말이 끝난 뒤 손을 들고 얘기했다. “일할 사람이 모자란다, 힘들다”는 요지였다. 어눌한데다 긴장된 목소리였지만, 누구라도 그가 말하려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말 잘하고 글 잘쓰기로 유명한 사장은 곧바로 각종 데이터를 들었다. 경영진의 논의 과정에 더해 자신의 억울함도 밝혔다. 청산유수였다. 하지만 사장은 나중에 “뭐하러 왔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본인은 ‘설득’하려 했겠지만 직원들에게는 ‘논쟁’을 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사장의 설명은 회사 정보망을 통해 ‘자료’로 전달되면 그만인 내용이었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자기 올바름을 강변하려 하기보다는 “당신들 심정 잘 안다”고 ‘위로’하고 최대한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편이 좋았다. 누가, 왜, 무엇을 말하는지는 말하기를 구성하는 3대 요소다. 위의 두 사례는 대표적인 ‘말 못한 사례’다. 교수들의 강의는 ‘왜’를 망각한 것이고, 사장의 논쟁은 ‘누가’ 말하는지를 잊은 탓이다. 말하기가 경쟁력이다. 각종 대화법과 기술을 알려주는 책들이 앞다투어 쏟아져나온다. 각 기업에서 전력을 다해 교육하는 주제도 ‘말하기’다. LG그룹은 2004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을 직급별로 세분화해 실시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매너와 역할 지정(롤플레잉) 실습’, 프레젠테이션 실무 교육 등이다.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내용은 ‘면 대 면 역할 지정 실습’이다. 그만큼 의사소통에 목이 마르다는 뜻이다.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 별다른 ‘자원’이 없어도 말 하나로 ‘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히 ‘말짱 성공시대’다. 최근의 대표적인 인물은 각종 시민·인권단체 집회에서 ‘거리의 사회자’로 십수 년간 마이크를 잡아왔던 최광기(38)씨다. 그는 5월1일부터 SBS 라디오 의 진행자로 나선다. 각 방송사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하는 아침 시사 프로그램의 첫 여성 진행자이자 경쟁 프로그램인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적할 카드인 셈이다. “손석희씨가 매끈한 다비드상이라면 나는 시장통 여자”라고 말하는 최씨의 무기는 ‘털털하고 친근한 어법’이다. 많게는 10만 명 넘는 군중을 쥐락펴락하기도 한 최씨의 사회자 노하우도 “누가, 왜, 무엇을 말하려고 모였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그의 가장 큰 밑천은 10년 넘도록 서울 상계동 어머니학교에서 글을 가르쳐온 경험이다. ‘듣는 사람 처지에서 일상어로 쉽게 말하는 것’이다. 군중 앞에서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오셔서 감사합니다”보다는 “여러분 밥은 드셨습니까?”라고 첫 멘트를 여는 게 효과적이다. 두 번째 밑천은 ‘확인 또 확인’이다. 어떤 규모의 집회든 마치고 나면 가까운 이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다. 대부분 “좋았어”라고 덕담을 하는데, “진짜 잘했어?” 정색을 하고 물으면 그제야 “조금 빨랐어” “말이 울렸어” 등의 ‘피드백’이 온다. 최씨가 꼽는 마지막 밑천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그래야 “내가 뭘 잘하는지 알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 말하기는 모방과 창작이 버무려진 세계다. “자기만의 특징을 잡아내 꾸준히 밀고 가는 게 말짱이 되는 길”이라는 최씨는 “내가 자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비주류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빨리 들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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