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의 마음의 지혜
시련 속에서 피는 꽃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나는 어렸을 적 새해를 맞을 때마다 일년 동안 공부할 과정을 미리 계획해 보곤 했다.
예를 들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 적어야겠다'는 식으로
미리 작정을 해 놓고 꼭 그렇게 실천하곤 했다.
때론 몇 개월 못 가서 사고가 발생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행하고자 했던 생각이나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 공부에 대해서 수없이 글과 편지로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아직 경전이나 도덕, 혹은 예술에 관해 질문해 오지 않고
역사책에 관한 논의도 않으니 어찌된 셈이나?
도회지에서 자라난 너희들이 어린 시절에 보고 배운 것이
문전의 잡객이나 시중드는 하인, 아전들뿐이어서
말씨와 마음씨가 약삭 빠르고 비천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런 못된 말씨와 마음씨가 골수에 박혀
착한 행실을 즐기고 공부하려는 뜻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마음속에 약간의 성의만 있다면 아무리 난리 속이라도 반드시 진보할 수 있는 법이다.
집에 책이 없느냐, 재주가 없느냐?
또한 총명이 없느냐?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다 하더라도 성인이 되는 일이야 꺼릴 것이 없지않느냐.
꺼릴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과거에만 집착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잘못을 벗어날 수도 있고,
가난하고 곤궁하여 고생하다 보면 그 마음을 단련하고
지혜와 생각을 넓히게 되어 세상살이나 사물의 진실과 거짓을
옳게 알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율곡과 같은 분은 어버이를 일찍 여의었으나
그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얼마 안 있어 마침내 지극한 도를 깨쳤고,
우리 집안의 선조 우담선생께서도
세상 사람들의 배척을 받고서 더욱 덕이 높아졌고,
성호선생께서도 난리를 당한 집안에서 이름난 학자가 되었으니,
이분들 모두가 다 당대의 고관대작 집안의 자제들이 미칠 수 없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