配所輓妻喪 (배소만처상)---추사 김정희
那將月老訟冥司 (나장월로송명사)
來世夫妻易地爲 (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 (아사군생천리외)
使君知我此心悲 (사군지아차심비)
유배지에서 부인의 죽음을 애도하여
어떻게 하면 저승의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내세에 당신은 남편이 되고 나는 아내 되어
나 죽고 당신 천리 밖에 살아남아
당신으로 하여금 나의 이 슬픈 마음을 알게 하리.
이 한시는 그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따르는데
'사랑하는 아내를 여의었을 때의 슬픔을 읊은 것’을 도망시(悼亡詩)라 한다.
진(晋)나라 반악(潘岳 : 247~300)이라는 사람이 아내를 잃은 슬픔을
시로써 달래기 위해 도망시(悼亡詩) 3수를 지은 데서 유래하고 있다.
조선 헌종 7년(1840년) ‘윤상도(尹尙度)의 옥(獄)(1830)’에 뒤늦게
연루되어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유배 3년째인 1842년
12월에 부인 예안 이씨의 별세 소식을 한 달여가 지난 뒤에야 듣게 된다.
부인이 운명하던 날과 사후 7일째 되는 날에도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고
전해질만큼 금슬이 각별하였던 추사는 뒤늦게 접한 비보에
처절하고 애끓는 마음을 위의 시로 토로하고 있다.
인간세계에서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는 월하노인(月下老人, 月下氷人)에게
애원하여 다음 세상에서는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추사 자신이 아내가 되고
부인은 천리 밖에 유배된 남편의 처지가 된다면
지금 추사의 슬픔과 비통함을 이해할 것이라는 극진한 비애를 담고 있는
도망시(悼亡詩)의 백미(白眉)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月下老人)
《진서(晉書)》 예술전(藝術傳)과 《속유괴록(續幽怪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나라 초기, 정관(貞觀) 2년에 위고(韋固)라는 청년이 여러곳을 여행하던 중에
송성(宋城:지금의 허난 성)에 이르렀을 때 어느 허름한 여관에 묵게 되었다.
그날 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한 노인(月下老人)이 자루에 기대어 앉아
커다란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위고가 물었다.
"무슨 책을 보고 계십니까?"
"이것은 세상 혼사에 관한 책인데 여기 적혀 있는 남녀를 이 자루 안에 있는
빨간 끈(赤繩)으로 한번 묶어 놓으면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반드시 맺어진다오."
"그럼 제 배필은 어디 있습니까?"
"송성에 있네. 북쪽에 채소 파는 노파가 안고 있는 아이가 바로 짝이네."
그러나 위고는 참 이상한 노인이라고만 생각하고 그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위고는 상주(相州)의 관리가 되어
그 고을의 태수의 딸과 결혼하였다. 17세로 미인이었다.
어느 날 문득 예전 생각이 나 부인에게 월하노인의 말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
"저는 사실 태수의 친딸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송성에서 벼슬하시다가
돌아가시자 유모가 채소장사를 하면서 길러주었는데
지금의 태수께서 아이가 없자 저를 양녀로 삼으신 것입니다."
중매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가《진서》 색담전에 실려 있다.
진(晉)나라에 색담이란 점쟁이가 있었다.
그는 천문과 꿈해몽에 대해 밝았다.
어느 날 영호책(令狐策)이라는 사람이 이상한 꿈을 꾸어 색담을 찾아왔다.
"나는 얼음 위(氷上人)에 서 있고 얼음 밑에는 누군가가 있어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통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
색담이 해몽을 해주었다.
"얼음 위는 양(陽)이며 그 밑은 음(陰)이다.
이 꿈은 당신이 중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혼사는 얼음이 풀릴 무렵 성사될 것이다."
과연 영호책은 태수로부터 자기 아들과 장(張)씨의 딸을 중매 서 달라는
부탁을 받아, 얼음이 풀릴 무렵에 이 결혼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이 두 이야기로부터 사람들은 중매인을 가리킬 때에 월하노인 또는
빙상인이라 부르고 이 둘을 합쳐서 '월하빙인'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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