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Joyfule 2010. 8. 27. 12:35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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