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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본 사람들 - 엄상익 변호사

Joyfule 2022. 12. 21. 00:45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귀신을 본 사람들



유명한 장로가 설교를 하는 유튜브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

“딸아이 부부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어요. 가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이사간 날부터 갓난 아이가 계속 자지러지게 울고 갑자기 부부싸움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피곤해서 신경들이 날카로워졌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냉장고 옆에 서 있는 여자 귀신을 봤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위도 비슷한 말을 하는 겁니다. 

다용도실 세탁기 옆에 있는 어떤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배와 찬송으로 그 귀신들을 쫓았습니다. 

귀신을 본 사람은 있다고 하고 못 본 사람은 없다고도 합니다. 

그런 체험은 영적 세계의 일로 학문적 판단으로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그는 귀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다. 

동시에 그 반대쪽 신의 존재도 강한 확신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 존재는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이십대 시절 강원도 깊은 산골의 한 절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 절의 스님은 백일 지장 기도를 하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죽은 영가들을 위해 목탁을 치며 열심히 기도해 주는 모습이었다. 

기도가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였다. 스님이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다.​

“어제저녁 지장보살을 외치며 기도하는데 뭔가가 갑자기 내 양 손목을 꽉 잡고 꼼짝못하게 하는 거야. 

마군 때문에 백일기도를 망쳤어. 내일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아.”​

기도를 방해한 존재를 스님은 마군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런 영적인 존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법률사무실로 사건을 의뢰하러 온 무당이 있었다. 

강남에서 빌딩건물까지 소유하고 있는 유명한 분이었다. 

선거 때가 되면 수많은 정치인이 몰려든다고 했다. 

그녀가 받은 고객 사진을 앞에 있는 청수에 담그면 순간 찾아온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점을 친다고 했다. 그 무당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솔직하게 내게 말해 주었다.​

“나에게 붙어 있는 장군신이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 기도로 장군을 부르죠. 

손님에게서 받은 사진을 청수 속에 넣으면 텔레비전 같이 한 장면이 나타나요. 

그걸 해석해 주는 거죠. 

한 두번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하루종일 그렇지는 않아요.”​

“장군신을 아시면 그러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도 아세요?”​

내가 호기심으로 물었다.​

“우리 무당들에게 붙어 있는 장군 신보다는 성령이 훨씬 강해요.”​

영의 세계를 아는 무당은 기독교 신자보다 더 어떤 실체를 아는 것 같았다. 

나는 대순진리회의 사건을 맡아 변호사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최고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다. 

상상과는 다르게 칠십대 중반쯤의 순박해 보이는 가정주부같은 분이었다. 

나는 어떻게 그 종교의 지도자가 됐느냐고 물었다. ​

“어느 날부터 어떤 영적 존재에게 끌려들기 시작했어요. 

나도 모르게 태백산의 굴까지 간 적도 있었죠. 영안이 열렸는지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귀신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이 소복을 입고 있거나 머리를 풀고 있지 않았어요. 

그냥 우리들 보통 사람들 모습과 똑같아요. 청바지를 입고 그냥 길을 걸어다니기도 해요. 

나를 이끄는 상제님 영과 접신을 하고 그때 받은 계시를 도인들에게 전하다 보니 나도모르게 지도자가 된 거예요. 

나는 이 일이 좋아서 한 건 아니예요. 그 영에 잡혀서 이렇게 된 거예요.”​

인간에게 들어와 그 사람을 조종하는 영적인 존재가 무엇일까. 

성경을 보면 유대의 시골 목수인 청년에게 하늘에서 영이 비둘기 같은 모습으로 내려왔다. 

그 영이 그를 광야로 가게 했고 광야에서 또 다른 악령이 그에게 나타나 시험을 했다. 

기독교 이론의 상당 부분을 만든 바울은 길을 가는 죽은 예수의 영을 만난다. 

그리고 그 영에 일생 끌려다니는 운명이 됐다. 

사도바울은 성경 속에서 몇 번이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예수의 영을 만난 체험을 말하고 있다. ​

그게 그가 전하는 신앙의 요체인 것 같았다. 

베드로도 변화산에서 모세의 영과 엘리야의 영이 예수와 얘기하는 걸 직접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멧은 동굴 속에서 기도하다가 가브리엘 천사를 만났고 그의 계시를 들었다. 

그 계시들이 코란이 되고 이슬람교가 생겨났다. 

구한말 최제우도 강증산도 개인적으로 접신을 하고 종교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영적 세계에 대해서 사람마다 그 체험이 다른 것 같다. 

신앙이란 그 영적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은 아닐까. 

성령이 나타난 걸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만권의 책을 읽어도 신학을 해도 진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