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 함민복
꽃은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를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꽃향기는 끌어당긴다.
꽃향기에 밀쳐진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꽃은 주위를 가볍게 들어올려준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빛깔도 참 곱다.”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빛깔을 만질 수도 있게 해주시다니.
사람들을 다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꽃은 봄의 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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