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 함민복
꽃은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를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꽃향기는 끌어당긴다.
꽃향기에 밀쳐진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꽃은 주위를 가볍게 들어올려준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빛깔도 참 곱다.”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빛깔을 만질 수도 있게 해주시다니.
사람들을 다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꽃은 봄의 심지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란의 緣 - 류시화 (0) | 2023.06.21 |
---|---|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0) | 2023.06.20 |
한 호흡 - 문태준 (0) | 2023.06.17 |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0) | 2023.06.15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0) | 202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