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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숨어 - 고재종

Joyfule 2010. 8. 18. 10:30

 

    달밤에 숨어 - 고재종 외로운 자는 소리에 민감하다. 저 미끈한 능선 위의 쟁명한 달이 불러 강변에 서니, 강물 속의 잉어 한 마리도 쑤욱 치솟아 오르며 갈대숲 위로 은방울들 튀기는가. 난 나도 몰래 한숨 터지고, 그 갈대숲에 자던 개개비 떼는 화다닥 놀라 또 저리 튀면 풀섶의 풀 끝마다에 이슬농사를 한 태산씩이나 짓던 풀여치들이 뚝, 그치고 난 나도 차마 숨죽이다간 풀여치들도 내 외진 서러움도 다시금 자지러진다. 그 소리에 또또 저 물싸린가 여뀌꽃인가 수천 수만 눈뜨는 것이니 보라, 외로운 것들 서로를 이끌면 강물도 더는 못 참고 서걱서걱 온갖 보석을 체질해대곤 난 나도 무엇도 마냥 젖어선 이렇게는 못 견디는 밤, 외로운 것들 외로움을 일 삼아 저마다 보름달 하나씩 껴안고 생생생생 발광(發光)하며 아, 씨알을 익히고 읽히며 저마다 제 능선을 넘고 넘는가. 외로운 자는 제 무명의 빛으로 혹간은 우주의 쓸쓸함을 빛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