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놓아도 돌아서는
목양실 창가에 몇 개의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난과 제라늄, 파피루스, 선인장 등이 옹기종기 햇살을 즐깁니다.
이 중 바위취도 있습니다.
겨울을 보내며 잎은 모두 졌고,
물기 없이 긴 시간을 보낸 터라 또 하나의 화초를 죽였구나 싶었지요.
혹시나 해 봄을 맞으며 물을 줬는데, 기적이 일어나듯 초록빛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위취의 여린 잎들은 한결같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창가에 매달려 창밖을 구경하는 아이들처럼 말이지요.
햇살 쪽을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한쪽만 바라보는 것 같아 화분의 방향을 거꾸로 돌렸습니다.
그런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잎들은 다시 고개를 돌려 창을 향했습니다.
돌려놓아도 돌아서는 바위취를 보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마음을 빼앗는 일이 세상에 많지만,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곳은 한 곳뿐임을 바위취가 일러줍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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