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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 김윤희

Joyfule 2013. 9. 10. 08:57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 김윤희

봄의 탄생을 앞두고 만삭이 된 대지는 피돌기가 한창이지만 경기는 아직도 꽁꽁 언 마음을 좀체 풀려 하지를 않는다. 어디서부터 언 매듭을 풀어야 할지 오늘도 관․민이 머리를 맞대고 민생안정 대책을 논의해 보지만 나름대로 의견만 분분할 뿐 이렇다 할 속시원한 대책이 없다.


맹자의 공손추장구하(公孫丑章句下) 제 1장에 의하면,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 했다. 이는 하늘이 내려준 유리한 조건도 지형적 이로움만 같지 못하고, 유리한 지리적 조건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화단결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결국 사회구성원간의 유대와 화합이 으뜸이란 것을 의미함이다.
맹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온 국민이 합심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여․야 불문하고 이해타산을 떠나 서로 내 탓이라 책임을 떠안고 난국 타개를 위해 앞장 서줄 일이다. 이리 되면 우리 국민성으로 보아 단박에 합심하여 일어설 듯도 싶은데, 그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듯하다. 결국 미봉책이라도 붙들고 민초들만이라도 서로 보듬고 사랑하며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 싶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평생 이웃을 사랑하며, 생명 나눔을 몸으로 보여주며 살아온 한 성직자가 영면을 하였다. 여든일곱의 인생여정을 끝내고 유리관 안에 누우신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보았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에 담으려고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종파를 초월한 순수 자연인들의 애도 행렬이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도의 물결은 그 자체로 장엄한 의식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온 국민이 성스런 한마음이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는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에서는 바보같이 남을 돕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음을 하나로 손잡게 하고 있다. 떠나며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긴 아름다운 선물은 생명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 사랑이었다.


그분의 각막으로 인해 새 세상 밝은 빛을 보게 된 사람은 시각장애인 두 사람만이 아니다. 눈을 뜨고도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는 세안제가 되었고 사랑의 바이러스가 되었다. 이로 인해 생명 나눔 사랑 실천이 봇물처럼 터져 흐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발표에 의하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튿날인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은 평소 25명이던 것이 6배가 늘었고, 18일에는 10배,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무려 740명이 등록증을 신청하는 등 선종 사흘 만에 온라인 장기기증 등록자 수가 평소의 3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동성당 앞에서 진행된 장기기증 캠페인에서 18일 하루 108명이 등록을 했고, 장기기증 등록엽서를 가져간 사람의 수도 2천여 명을 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사람이 뿌린 사랑의 밀알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지표가 될 수 있는지 감히 가늠을 해 본다. 그 무한한 힘에 숙연해진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으로 하나될 때 기적은 현실이 되고, 그때 비로소 염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게 되리라.


진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벌이고 있는 자원봉사 물결운동 역시, 비록 작은 날갯짓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을 이웃과 이웃으로 전하자는 것이다. 나눔 문화의 물결이 소외지역 구석구석으로 온통 스며들어 살맛나는 세상, 사람의 향기 가득한 세상을 향해 깃발을 흔들어 의식을 일깨우는 시발점이고자 하는 것이다. 서로 아픈 상처 헤집어 더 큰 상처를 만들기보다는 치유하여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힘을 합쳐 좁은 길 넓혀가는 길에 기꺼이 동행하고 싶다.


사람이 처음 이 세상과의 만남은 축복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가지고 있던 것을 홀홀히 다 내어주고 어깨 가볍게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임을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