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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Joyfule 2008. 10. 13. 01:58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