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못 만나는 - 유안진
꽃은 소리 없이 피고
바람은 모습 없이 불어도 당연하게 여기면서
소리 안에 갇힐 수 없는 음성이 소리로 안 들린다고
모습 안에 갇힐 수 없는 모습이
모습으로 안 보인다고 없다고 한다
별이기도 눈물이기도
한 잔의 생수이기도 하는 온갖 모습인 줄 몰라
언제 어디서나 마주치면서도 알아보지 못한다
풀벌레 소리이기도
아기 옹아리 소리이기도 하는 온갖
소리인줄 몰라,
언제 어디서나 들려오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
하루살이가 내일을 모르고,
메뚜기가 내년을 몰라도
내일과 내년이 있는 줄은 알면서
모습은 귀로 들으려하고
소리는 눈으로 만나려다가 늘 어긋나고 만다
아무리 마주쳐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神을 닮았어도 모품(模品)은 이렇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 서원동 (재미있는 詩) (0) | 2010.07.09 |
---|---|
사 랑 - 정호승 (0) | 2010.07.08 |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0) | 2010.07.05 |
청포도 ㅡ 이육사 (0) | 2010.07.03 |
지키는 사람처럼 - R.M 릴케 (0) | 2010.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