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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에서 띄운 배 - 박 남준

Joyfule 2009. 7. 20. 02:23
예은목님의 스웨덴 사진
ㅡ 먼 길에서 띄운 배 - 박 남준 ㅡ 부는 바람처럼 길을 떠났습니다 갈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 닿을 수 없는 사랑 때문도 더욱 아닙니다 그 길의 길목에서 이런저런 만남의 인연들 맺었습니다 산 넘고 들을 지났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 끝에서 발길 돌리며 눈시울 붉히던 낮밤이 있었습니다 그 길가에 하얀 눈 나리고 궂은비 뿌렸습니다 산다는 것이 때로 갈 곳 없이 떠도는 막막한 일이 되었습니다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오래도록 그 강가에 머물렀습니다 이 강도 바다로 이어지겠지요 강물로 흐를 수 없는지 그 강엔 자욱이 물안개 일었습니다 이제 닻을 풀겠어요 어디 둘 길 없는 마음으로 빈 배 하나 띄웠어요 숨이 다하는 날까지 가슴의 큰 병 떠날 리야 있겠어요 제 마음 실어 띄울 수 없었어요 민들레 꽃씨처럼 풀풀이 흩어져 띄워 보낼 마음 하나 남아 있지 않았어요 흘러가겠지요 이미 저는 잊혀진 게지요 아 저의 발길은 내일도 배를 띄운 강가로 이어질 것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