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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Joyfule 2009. 1. 24. 01:51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 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