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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소서. 모윤숙

Joyfule 2005. 6. 29. 04:33
 

문을 여소서. 모윤숙 

      내 등불은 숲 속 깊이 당신의 문전을 비췹니다. 비바람이 일매 나 가슴은 초조하고 길은 나무 그림자로 흔들립니다. 임이여! 나의 사랑이여! 영광의 잔이 놓인 당신의 초암(草庵)안에 영원한 승리의 아침이 올때입니다. 일어나 파리한 이 여인의 생명을 건지소서 임이여! 월광에 번득이는 당신의 칼을 이 밤에 빌려주사 녹스른 권태와 수면, 생명을 파 먹는 버러지를 소멸하소서 이도 아니어든 원수의 간을 찌르는 오오, 그 피묻은 칼로 내 염통을 찔러 당신 앞에 엎뎌지게 하소서 임이여! 늙은 횟바람이 세월을 흔듭니다. 가지마다 맺혔든 즐거움은 떨어지고 여울진 낙엽이 왼 뜰을 굴러갑니다. 조국의 하숫가에 물결 뛰는 소리도 없고 고단한 품꾼만이 건너가고 건너오고 사막을 안고 걸어가는 무리들이 하룻밤 산맥을 쓸어보다 가버립니다. 임의 퉁소 소리로 근심스러운 장막을 흔들고 뜨거운 호흡으로 저 산 밑을 울리소서 그리고 이 잔악한 여인에게 시간마다 육체를 단장하는 빈 생을 주지 마소서 임이여! 등불이 조을고 밤이 깊어도 당신의 음성을 기다려 서 있으리이다 내 비밀의 노래로 당신을 부르나 불순한 내 소리에 당신의 거룩한 귀는 깨지 못합니다. 회전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을 적시우매 적은 미래를 당신 앞에 드립니다. 당신의 크신 부름을 기다리리다 산 짐승의 밥이 되어도 내 영광은 장하외다 거리에 암흑이 왔습니다. 임이여! 등불이 다하기 전 문을 열어 이 여인의 손을 잡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