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서른 세 번째 길 - 박용하
굴참나무 숲 너머 자작나무숲이 아름다운 날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태풍이 그 나무 속에 있다
나는 길 위에 있고 파도는 길 밑의 길까지 밀려온다
나는 태양을 향해 걷고
태양은 내가 걷지 않은 길까지도 걷는다
그것을 음악이라 부르면 삶은 깊어진다
바다로 가는 길 위에는 단지 세 그루의 나무만 서 있다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믿는 사람의 영혼에도
나무는 세 그루 서 있다
이 길 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대가 이 세상 한 구석에 골목처럼 접혀 있어도
구석은 이미 보석과 같다
나는 길 위에 있고 길은 내 밑의 사랑 위에 있다
태양의 빛이 끝나는 길 위에는 달빛 또한 흐르고 있고
수평선이 하늘로 빠지는 다섯번째 둔덕에서 부는 휘파람은 스산하다
그때 내가 읽었던 소설은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이다
그 소설은 내가 숲으로 가는 열한번째 길 바깥에서이다
사람이 가장 나중에 사랑해야 할 것이
여자라고 씌어 있던 소설은 적요하다
길 위에서 돌을 사랑하고 돌을 흘러가는 강물의 흐름을 읽고
일곱번째 바람이 부는 저녁 그 돌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그 돌의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 강물의 창문은 하늘을 위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그대를 위한 것이다
바람이 알맞게 불고 봄 저녁이었고
포구에는 배가 불빛에 지치고 있었다
자작나무숲 너머 사람이 아름다운 저녁이 있고
그 숲을 지나 지구로 가는 길 한가운데 있는 자전거가 아름다운 날이다
나는 바다로 가는 길 위에 있고
그대는 내가 가는 길 끝에 있다
나는 그 길을 가장 낮은 천국으로 가는 첫번째 길이라고 이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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