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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 마종기

Joyfule 2010. 5. 17. 07:21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