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차윤환
시누대 우는소리를 듣는다.
지상의 삭지 않은 말들을 끌어안고
사각거리며 삭이는 울음이다.
몇 날을 울고 나면
가슴 안쪽이 후련해지며 마디 하나가 부푼다.
자벌레가 키를 다 잰 시간에 맞추어
나는 결리는 어깨에 물파스를 바르고
하릴없이 동구 밖을 서성이다 돌아오곤 한다.
뼈마디에서 삐걱거리는 불협음을
죽침으로 살짝 건드려보기도 하는데
매양, 소리는 잎에 닿아 변성되어 돌아오고
비가 올 듯하다가도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다투다 불거진 멍 자국 삭느라 가렵다.
바람은 우울해질 대로 우울해지면 대숲에 든다.
뒤란 시누대가 야윈 손을 흔들면
나는 깜장 고무신에 고인 달빛을 비워내고
바람이 토한 말들의 잔해를 담아둔다.
가위눌리는 밤들을 메모하고
달게 자고 난 아침을 헤아리다 보면
가시를 발라낸 바람의 말에 뜻이 서기도 한데,
시누대 우는소리에 익숙해지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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