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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곳 - 문정희

Joyfule 2010. 3. 13. 10:36

아름다운 곳 - 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잊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흰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