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우리가 문제 삼는 몇몇 상황들을 돌아보면, 각각의 상황마다
내재적 가치와 관련되는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낙태를 생각하는 부부는 무엇보다 낙태를 하는 것이
총 잡은 사내를 시켜 채권자들을 죽이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없애야 할까?
그렇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닐까?
동물문제에서 비슷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아도 좋을 만한 대안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육식한다면, 우리는 사용 가치만을 고려하여
동물을 의자나 테이블 다루듯 하는 셈이다.
그런데 동물에는 오직 사용 가치만 있을까?
아니면 인간과 공통되는 어떤 것이 있어서 우리가 마땅히 존중해야 하는 걸까?
마지막으로 안락사의 상황에도 똑같은 기본 문제가 깃들어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정부의 재정으로 건강지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서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환자 둘 다 목숨을 지탱할 수 있다.
병원과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더불어
환자들을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문제되기도 하지만,
사정이 위중한 상태에 이른 터에,
이런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흔치 않을 터이다.
인간의 생명에 내재적 가치가 있다면,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멈추게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지,
아니면 환자의 생명을 환자 스스로 돌보도록 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자기 이익을 위해 건강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쁜 일임이 분명한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가망이 없거나 심각한 뇌상을 입어
지적으로 쇠퇴한 환자의 생명을 멈추게 하는 것도 그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