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강물이여 - 나희덕
낯선 물결이 반짝인다
바로 눈앞에서, 또는 아주 먼 곳에서
몇시간째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누가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수면 위로 떠올라다가
어디론가 흘러가는 기억의 포말들
밤 강물이여
여기, 나를, 내려놓는다
비로소 그를 미워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그를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곳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나를 깨우러 오지 않고
이틀쯤 굶어도 배고프지 않고
마음의 공복만으로도 배가 부른 곳
몸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강물이 깨어나
물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곳
밤 강물이 고요한 것은
더 깊이 더 멀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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