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찻집에서 - 허후남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있느냐고
뜬금없이 너는 내게 물었다
사랑을 믿느냐고
온전한 사랑이 어디 있느냐고
건성으로 대답해놓고
오래전에 떠난 사람 하나 떠올리며
창가에 둥둥 뜬 바다만 보았다
어디에도 담금질하지 못하는
생경한 기억처럼
어긋나는 내 사랑도 이쯤에서
늦은 오후의 태양처럼
그만 바다에 불쑥 내려와
저렇듯 은빛 표정으로 자잘하게
곰살궂게 쓰다듬으면 좋으련만
빗장 채워진 내 가슴에는
더 이상 파도소리 들리지 않는다
사랑으로 아파한 기억 새기지 않겠다고
저 바다처럼 시퍼렇게 다짐 앞세우면서도
밀물과 썰물처럼 네게 드나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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