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별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별은 반가운 얼굴로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반긴다. 반가움은 나도 마찬가지다.
밖에 서면 먼저 밤하늘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별을 부지런히 따서 가슴 가득 담는다 노란 황보석들을 욕심껏 따 담다 보면 나는 금세 부자가 된 듯 뿌듯해진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나는 후회를 한다. 아서라 아무리 자연물에 임자가 없다 해도 거탐을 해서야 쓰겠나 싶어 다시 가슴을 비우기 시작한다. 실은 가슴을 싹 비워내야지 별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별구경은 언제나 나 혼자이고 아무도 보는 이가 없어 거탐을 했나 보다.
고즈넉한 밤 내 마음을 한가로이 까만 창공에다 띄워놓고 별 한 낱 한 낱 앞앞이 방문하여 정을 붙여 사귀다 보면 어느새 겨울밤은 깊어간다. 바깥 바람이 삽상하고 사방은 적요한데 가물가물 내 시력 끝에 매달린 달빛이 너무나 고와 아스스 소름이 돋도록 살을 내린다. 세상 영화만 잊으면 저렇게 아름다운 별빛을 보는 것을... 미상불 나 혼자만 분복 같아서 고마워 해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항용 달빛의 아름다움은 그 빛이 은근히 비쳐날 素窓이 거기 있기 때문이고, 별빛이 황흘한 것은 고 돌올한 빛이 깜박일 검은 하늘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까만 비로드천에 박힌 영롱안 보석들마냥 그 반짝임이 눈부시다.
사실 내가 별을 사랑하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서부터이다. 아니 어쩌면 어릴 적 막대 끝어 매달린 별사탕을 핱아먹으면서 시작되었을는지도 모른다. 하나 예전에는 저 별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는 말이 맞다. 늦은 밤 시험 공부를 하다가 밖에 소피를 보러갈 때 문득 청정께 걸린 밤별을 만난다.
얼핏 본 밤별은 생경하기가 이를 데 없고 어둔 밤 속 휘황한 별빛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하나 내가 대학을 나오고 또 장가를 들고 해서 중년이 되어서 바라본 별빛은 한결 따스하게 느끼게 되었고, 이제 초로(初老)에 접어들어 머리털이 히끗히그새서 바라본 별빛은 따뜻하기보다 되레 차가웁게만 느껴진다.
그믐밤을 지새는 차가운 별빛이 호수 위에 내리면 까만 수면 에 가라앉은 별을 寒氣를 머금처 모처럼 발흥한 戀心마저 일그러버린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그 별들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노라면 부지중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온기가 김을 올려 일그러진 마음을 녹인다. 코 안이 땃땃해지면서 식은 가슴에 모닥불을 피우듯 별빛은 뜨거운 입김으로 다가와 나를 또 다른 想像으로 이끌어 간다.
내 가슴 안 드리운 회색커튼을 밀어젖히고 남몰래 만나는 별은 연인과 밀애를 하듯 마냥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맑디맑은 시냇물 속에 빠진 별떨기를 손바가지로 건져올려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모습이라니, 나 혼자 상상하고 나 혼자 부끄럽다. 나풀나풀 나풀거리는 긴 추억의 끝 그 끄트머리에 머무는 별빛은 언제나 내겐 곱다란 꿈빛이다. 그 고운 꿈빛은 내 어릴 적 성근 가슴 속에서 해맑은 눈망을로 자라났고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잇었을 것이다.
알퐁스도테의 「별]은 그 고운 사랑의 싹틈이었다. 알프스의 고산에 양을 치는 목동에겐 노새에다 먹을 앙식을 대신 싣고온 소녀 스테파네트와 밤별 아래 나눈 대화는 세상에 젖지 않은 순정의 대화이다. 밤하늘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소넌는 맑은 눈망울을 굴려 묵동한에 묻는다.
"별들도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하나요?" 만남의 이별을 걱정해 던진 말이다. 소년은 여러 얘기로 그렇다고 긍정한다. 아무려나 밤늦은 알프스산 언덕에 하룻밤의 별빛은 두 샤람의 순박한 가슴에다 곱디고운 사랑의 색실로 수을 놓았다.
별은 왕왕 우리 문학작품 속에서 理想 또는 理想鄕으로 치부된다 우리가 세상바닥에 발을 딛고 살면서 꿈의 이상은 언제나 높은 하늘에 두고서 큰 별로 뜨고 싶어하는 것이다. 때때로 꿈을 깨어 현실로 돌아와 보면 차디찬 현실세계에도 '스타'가 있다 뭇사람의 이목을 끄는 軍將星의 어깨 위에 붙인 스타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의 스타. 스타 디움의 스타 또다른 분야의 스타 무슨무슨 界의 스타 등 스타는 있 기 마련이즉 누구나 빅 스타가 되고자 하지만'하늘에 별따기'란 말뜻처럼 스타의 길은 멀고 높다. 피를 말리는 각고가 없이는 감히 엄두를 못낼 일이다 하긴 별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빛나 보이고 만인의 憧憬의 대상이 되냐 보다. 아니 너무나 높아 도달할 수 없음으로 인하 여 그렇게 소중스러운가 보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이상이 없는 인생은 달이 진 사막이다. 이상이 있고서야 보람도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 꿈 나라 이상이 소중해서 미국의 성조기를 비롯하여 중극. 쿠바. 베트남 카 메른 등 많은 나라의 국기에 별을 박아넣었다 별을 그리는 마음은 개인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소망일 수도 있는가 보다.
누가 말했던가. 이상은 현실로 이어지기가 어렵기에 고독하다고.
아무려나 밤별은 외롭다. 외롭다 싶어 바라보면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저리도 별빛이 고독하기에 영광스러울지도 모른다. 고래서 영광의 보좌는 늘 늘 고적하다 하지 않는가.
차가운 밤하늘에 파르르 떨교 있는 별빛은 어느새 목마른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치면 별빛은 흐려져 눈물로 가린다. 별나라로 떠나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행성일까. 항성일까. 어머니는 어느 별에 가 계실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알 수가 없다. 안다손치더라도 저 먼 곳을 어떻게 간단 말인가.
쳐다보고 또 쳐다보아도 그 별은 그 별이고, 그 별빛은 그 별빛이건만, 그러나 쳐다보아 슬픔이 되고 또 기쁨이 되는 건 내 마음의 경망일 수 밖에 없다. 별은 나를 끌어내어 나를 올려 들여보낸다. 마음의 安着 없이는 다시는 안 나간다고 다짐해 놓고도, 허나 정작 별이 손짓하면 나는 불현듯 달려 나간다. 그 옛날 첫사랑을 만날 때도 그러하지 않았남.
별이 좋은 걸 어떡해. 사랑이 좋은 걸 어떡해. 달빛이 외로워도 사랑이 슬퍼도 내가 좋은 걸 어떡해. 오늘밤도 나는 별을 만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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