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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버드의 어리석음l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 폴 콜린스

Joyfule 2010. 11. 12. 09:30

밴버드의 어리석음l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은이) | 홍한별 (옮긴이) | 양철북

 


 
 
열정을 바쳤으나 역사에서 잊힌 이들의 기이한 삶을 만나다
실패와 성공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인문학적 탐험


이 책에는 전 세계, 여러 세기에 걸친 과학자, 화가, 작가, 사업가, 모험가 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한때 전도유망하게 무언가를 추구했지만 때를 맞추지 못한 탓에, 정직하지 못해서, 외고집이나 광기 때문에, 운이 따라주지 않아 삶의 종착역에서 변명과 아쉬움만을 남기고 역사 속에 사라진 사람들이다. 폴 콜린스는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울리는 이 기이한 인물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열정의 위대함과 역사의 인색함, 성공과 실패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똑똑한 바보 _윌리엄 헨리 아일랜드
살마나자르 _조지 살마나자르
밴버드의 어리석음 _존 밴버드
심스 구멍 _존 클리브스 심스
N선 눈을 가진 사람 _르네 블롱들로
천재들이 일을 꾸밀 줄 알았더라면 _프랑수아 수드르
2만 2천 그루의 모종나무 _이프리엄 불
기압 지하철 _앨프리드 엘리 비치
죽었으나 말하지 않는다 _마틴 파쿼 터퍼
열렬한 패션 애호가 _로버트 코츠
A. J. 플리즌턴의 파란빛 특집 _ 오커스터스 J. 플리즌턴
영광스러운 날이 오리니 _딜리아 베이컨
토성의 고리 위를 걷다 _토머스 딕


 

 
15~16 P
셰익스피어의 집 뒤뜰에 있는 오래된 뽕나무를 잘라 만든 유물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팔아도 바닥이 나지 않았다. 해마다 셰익스피어의 소지품을 팔아 번 돈만 가지도고 그 지역 전체를 먹여 살릴 정도였다.
새뮤얼과 윌리엄은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이 가득한 어둑한 방으로 들어섰다. 새뮤얼은 감격에 겨워 시인이 앤 해서웨이(셰익스피어의 아내)에게 구애할 때 앉았다는 의자를 날름 샀다. 위대한 시인의 뒷마당에 있는 신비롭게도 아직 번성하는 뽕나무 가지로 만든 술잔도 샀다. 얼뜨기들이 제대로 걸려들었음을 직감한 마을의 ‘역사가’는 두 사람을 스트렛퍼드 외곽의 시골집으로 안내했다. 그는 그곳에 셰익스피어가 남긴 옛 문서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 알라딘
57 P
살마나자르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먹으며 중간 중간 자기가 납치된 연유를 들려주었다. 예수회 목사가 포모사(지금의 타이완) 섬에 선교소를 설치했는데, 그가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걸 알고 유괴해서 유럽의 예수회 은거지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포모사의 토착민 선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포모사 출신이면서 라틴어로 미사를 주재할 수 있는 신의 사절로 훈련받은 것이다. “하지만 탈출했습니다.” 살마나자르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고는 낯선 땅에서 헤매고 있을 때 인스가 자기를 구해주었다며 감사해했다.
영국 땅에 단 한 명뿐인 포모사인, 고향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혼자 동떨어진 살마나자르의 이야기에 런던 사람들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조지 살마나자르는 본명이 아니었다. 그는 예수회 선교사들에게 납치당하지도 않았다. 포모사어로 말하고 쓰거나 포모사 종교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포모사에 가본 적도 없었다. 사실상 포모사 사람도 아니었다. 심지어 동양인도 아니었다.
- 알라딘
294 P
누구도 일흔한 살의 노인을 보고 그가 한창때 연기로 유명세를 떨친 사람이었음을 짐작하지는 못했다. 코츠가 런던의 옛 친구들을 찾아가면 친구들이 다시 연기를 해보라고 부추기곤 했다. 특히 30년 전 그의 연기를 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도 보여주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젊은이들은 코츠의 연기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비평가들이 대체 왜 그렇게 그를 비난했던 걸까? 코츠가 자리를 비운 세월 동안 연극계에서는 멜로드라마가 자리를 잡았다. 한때는 과장된 연기라고 치부되었던 것이 이제는 예술적 열정으로 간주되었다. 단지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 코츠의 연기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 알라딘
새러 바월 (《카놀리를 들어요》의 저자)
가장 심오한 질문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일지 모르지만 가장 인간적인 질문은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왜 다른 이들이 몰라줄까?”임을 폴 콜린스는 안다. 이 매혹적인 이야기들 덕에 탁월한 존재가 되고자 했던 잊힌 사람들이 무덤에서 다시 나와 비로소 조명을 받게 되었다.
 
 
 
 
 Dave Eggers -
 (맥스위니스의 발행자. <휘청거리는 천재의 애달픈 작품>의 저자)희망, 기괴함, 대담함과 기이함에 대한 관심을 폴 콜린스만큼 잘 담아낸 사람은 없다. 이 책은 재미있고 따뜻하며 때로 영감을 주기까지 한다.
하퍼스 -
매거진극도로 잘못된 생각, 그릇된 출발, 여기에 쏟아 부은 엄청난 노력을 담은 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논픽션 부문 2001년 최고의 책! 이 책은 전도유망했으나 꺼져 버린 불꽃,
잠시 주목을 끌은 뒤 오랫동안 잊힌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들은 인생의 고귀함과 허망함, 인간 노력의 위대함과 인색함을 떠올리게 한다.
콜린스의 노력에 대해 감사와 놀라움과 진심어린 환영을 아끼지 않는다.
타임아웃 뉴욕 - 빠르고 유머러스한 글 덕에 다른 사람의 불행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다.
워싱턴 타임스 - 기이함, 결함이 있는 천재성, 불운한 강박에 관한 생생한 논문
투산 위클리 - 콜린스는 자신이 발굴한 인물의 기이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놀라울 정도로 명료하고 재미있게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명성의 성쇠와 스스로를 입증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기지 있는 통찰을 보인다
커커스 리뷰 - 명쾌한 문체와 이야기 솜씨로 폴 콜린스는 운명의 변덕스러움과 인간의 무모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니언 - 마음을 울릴 정도다. 논픽션의 경계를 넓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부활시켰다.
 이들이 논리적인 세계에 맞서 얼마나 감동적인 싸움을 벌였는지 들려준다.
 
 
 
저자 : 폴 콜린스
  • 최근작 : <네모난 못> … 총 2종
  • 소개 : 196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폴 콜린스는 날마다 도서관에 출몰해 희귀본 서가를 들락거리는 책벌레이자 골동품 수집가, 그리고 작가이자 교수이다. ‘콜린스 라이브러리’의 편집장이기도 했던 그는 현재 포틀랜드 주립대학 조교수로 일하며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폴 콜린스는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고 오랜 시간 다락방에 묻어두었을 만한 이야기들을 케케묵고 고루한 옛것이 아닌, 생생하고 재미나며 친근한 지금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는 잊힌 이야기들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객관적 사실과 개인적 경험을 뒤섞는 독특한 일인칭 방식으로 서술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역사서이자 체험기이며, 비밀을 밝혀 나가는 추리극이 된다.
    폴 콜린스의 블로그(http://weekendstubble.blogspot.com)에 가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고 기이한 취미를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고서들, 오래된 자료들, 역사 속에 잊힌 아이디어들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가 풍부하다. 또한 맥스위니스 출판사(http://www.mcsweeneys.net)에는 그가 만든 책들과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다.
역자 : 홍한별
  • 최근작 : <피티 이야기>,<문학은 자유다>,<네가 있어 행복했어> … 총 17종
  • 소개 : 현재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안개 너머의 나라 켈트의 속삭임>,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피티 이야기> 등이 있다.
 
 
백만장자 예술가의 몰락
1850년대, 당시 미국 롱아일랜드 지역에 한적한 시골 마을과 어울리지 않게도 외관이 예스럽고 장엄한 성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 주인인 밴버드의 이름을 붙여 그 성을 ‘밴버드의 폴리’라고 불렀다. 그 말에는 다소 비꼬는 뜻이 숨어있었다. ‘폴리Folly’는 건축 용어로 주거가 아닌 장식을 목적으로 짓는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지만 ‘어리석음’이라는 뜻이 더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존 밴버드는 미국 개척 시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했던 예술가였다. 하나하나 세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동전을 수레 가득 실어 은행에 맡기는 일이 하루 일과였던 그는 유럽과 미국을 휩쓸던 공연 기획자이자 화가였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움직이는 파노라마’ 덕분이었다. 움직이는 파노라마란, 그림을 그린 거대한 천의 양 끝을 밧줄 고리로 묶어 줄을 따라 천이 움직이는 작품을 말한다. 밴버드는 이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처음으로 고안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최초의 ‘활동’사진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뱃사공의 경험을 살려 높이 3.6미터, 길이 800미터의 거대한 천에 미시시피 강 풍경을 그렸다. 그것은 이전의 어느 작품보다 거대했다. 거기에 특허를 받은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 천을 움직여 강이 흐르는 것 같은 효과를 주고 내레이션과 피아노 연주를 더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의 작품을 모방한 해적판이 출현했고,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밴버드는 다른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완이 부족해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막대한 재산을 쏟아 부어 24만 제곱미터짜리 땅에 영국의 윈저 성과 똑같이 생긴 성을 쌓던 천하의 백만장자 밴버드는 말년에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밴버드는 ‘밴버드의 어리석음’이라고 시기어린 비아냥을 듣던 ‘밴버드의 멋진 폴리(성)’를 빼앗긴 채 결국 초라한 죽음을 맞는다. 그의 거대한 파노라마 천도 조각조각 나뉘어져 시골 마을 몇몇 집의 단열재로 쓰였다.
CD가 등장하면서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카세트처럼, 무성영화의 등장으로 밴버드의 ‘움직이는 파노라마’는 역사 속에 사라졌다. 밴버드와 그의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실패와 어리석음이 단지 ‘잊혔다’는 이유로 ‘실패’라 단정할 수 있을까. 그를 기억하려는 몇몇 안 되는 연구자들조차 ‘성공할 뻔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존 밴버드. 열정을 다해 살아간 그의 인생을 단지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로만 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열정을 바쳤으나 역사에 잊힌 이들의 기이한 삶을 만나다
폴 콜린스의 《밴버드의 어리석음》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기이하고 다양하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설사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를 추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대를 풍미했던 유명인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잊혔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밴버드...
백만장자 예술가의 몰락
1850년대, 당시 미국 롱아일랜드 지역에 한적한 시골 마을과 어울리지 않게도 외관이 예스럽고 장엄한 성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 주인인 밴버드의 이름을 붙여 그 성을 ‘밴버드의 폴리’라고 불렀다. 그 말에는 다소 비꼬는 뜻이 숨어있었다. ‘폴리Folly’는 건축 용어로 주거가 아닌 장식을 목적으로 짓는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지만 ‘어리석음’이라는 뜻이 더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존 밴버드는 미국 개척 시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했던 예술가였다. 하나하나 세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동전을 수레 가득 실어 은행에 맡기는 일이 하루 일과였던 그는 유럽과 미국을 휩쓸던 공연 기획자이자 화가였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움직이는 파노라마’ 덕분이었다. 움직이는 파노라마란, 그림을 그린 거대한 천의 양 끝을 밧줄 고리로 묶어 줄을 따라 천이 움직이는 작품을 말한다. 밴버드는 이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처음으로 고안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최초의 ‘활동’사진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뱃사공의 경험을 살려 높이 3.6미터, 길이 800미터의 거대한 천에 미시시피 강 풍경을 그렸다. 그것은 이전의 어느 작품보다 거대했다. 거기에 특허를 받은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 천을 움직여 강이 흐르는 것 같은 효과를 주고 내레이션과 피아노 연주를 더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의 작품을 모방한 해적판이 출현했고,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밴버드는 다른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완이 부족해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막대한 재산을 쏟아 부어 24만 제곱미터짜리 땅에 영국의 윈저 성과 똑같이 생긴 성을 쌓던 천하의 백만장자 밴버드는 말년에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밴버드는 ‘밴버드의 어리석음’이라고 시기어린 비아냥을 듣던 ‘밴버드의 멋진 폴리(성)’를 빼앗긴 채 결국 초라한 죽음을 맞는다. 그의 거대한 파노라마 천도 조각조각 나뉘어져 시골 마을 몇몇 집의 단열재로 쓰였다.
CD가 등장하면서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카세트처럼, 무성영화의 등장으로 밴버드의 ‘움직이는 파노라마’는 역사 속에 사라졌다. 밴버드와 그의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실패와 어리석음이 단지 ‘잊혔다’는 이유로 ‘실패’라 단정할 수 있을까. 그를 기억하려는 몇몇 안 되는 연구자들조차 ‘성공할 뻔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존 밴버드. 열정을 다해 살아간 그의 인생을 단지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로만 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열정을 바쳤으나 역사에 잊힌 이들의 기이한 삶을 만나다
폴 콜린스의 《밴버드의 어리석음》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기이하고 다양하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설사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를 추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대를 풍미했던 유명인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잊혔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밴버드처럼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했지만 수완이 좋지 못해 실패한 이도 있다. 미국 최초로 뉴욕 시의 지하에 기압을 이용한 지하철을 건설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앨프리드 엘리 비치도 그렇다. 그는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도 등장하는 악명 높은 정치가 보스 트위드의 악랄한 방해 공작에 밀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엄숙함이 연극판을 지배하던 시대에 멜로와 컬트적인 연기를 펼쳐 사람들의 야유를 들었던 로버트 코츠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에는 오렌지 껍질 세례를 받았지만, 세월이 지나 컬트 연기가 일반화되자 그의 연기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포도 농부 이프리엄 불도 있다. 그는 값싸고 맛 좋은 포도를 개발하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그 영광을 모두 웰치(음료수로 유명한 웰치스 회사의 창업자)에게 넘겨줘야했다.
그 당시에는 기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으로 판명되어 버려진 이론을 주장했던 이들도 있다. ‘지구 안은 텅 비었다’며 지구공동설을 주장했던 존 클리브스 심스, N선이라는 방사선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해서 노벨상 후보에까지 올라가 모든 프랑스 인들을 자랑스럽게 했던 프랑스 과학자 르네 블롱들로, 파란빛이 모든 종류의 병을 치료한다고 믿었던 오커스터스 플리즌튼, 7음계만으로 세계 최초의 공용어를 만들고자 했던 프랑수아 수드르, 4류 배우에 불과한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없다고 믿고 식음을 전폐하며 비밀을 파헤쳐갔던 천재 여류 작가 딜리아 베이컨 등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이들이 평생을 바쳐 주장했던 이론들이 가치 없는 것으로 판명 났을 때 이들이 받았던 엄청난 수모는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를 인정받고자 스스로를 번뇌에 빠뜨린 불쌍한 영혼들도 있다. 골동품 수집가인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째로 위조했던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귀족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최초로 유럽에 온 포모사(지금의 타이완) 인이라고 소개하며 밥을 얻어먹었던, 그러나 단 한 번도 포모사에 가본 적 없었던 영국의 최고 사기꾼 조지 살마나자르의 이야기는 가슴을 깊이 울리는 감동을 준다.

실패와 성공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인문학적 탐험!
실제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잊혔으나 잊히지 않은 인물들이다. ‘성공’의 역사에는 잊혔지만 지금도 ‘실패’의 역사 속에는 잊히지 않은 인물들인 것이다. 여러 책과 자료에서 이들은 여전히 조롱을 받으며 짧은 가십거리로 소개된다.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휴먼&북스, 2006)에서 윌리엄 아일랜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위조범으로, 《SCI非 SCIENCE 사이비 사이언스》(이제이북스, 2003)을 비롯한 많은 과학사 책에서 르네 블롱들로는 희대의 사기꾼 과학자로, 구글의 많은 사이트에서는 로버트 코츠를 ‘발연기’의 대가로 소개된다.
그러나 저자 폴 콜린스의 시선은 오히려 이런 조롱들을 유머스럽게 비꼰다. 폴 콜린스는 냉정한 역사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인생이 얼마나 열정으로 가득 찼었고, 그 과정들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 해 나간다. 마치 그들의 초라한 비석 앞에서 그들을 위로하며 추모식을 올리는 것 같다. 그의 통찰력과 입담 덕분에 다음 세대의 새로운 가치나 발견에 밀려 역사 밖으로 사라져간 사람들, 당시의 지식이나 과학 기술의 수준으로는 획기적이었으나 거짓으로 판명되어 비웃음을 샀던 사람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던 사람들이 모두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사실 우리의 삶은 그들의 실패 위에 세워진 역사가 아닐까. 밴버드의 움직이는 파노라마 덕분에 시각과 움직임이 결합하는 패러다임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무성 영화의 시초가 되었다. 심스가 주장했던 지구공동설은 이후 극지방 탐험의 세계를 활짝 열었고, 에드거 앨런 포나 쥘 베른 같은 문학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추진력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들의 모습은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며 하루하루 열정을 다해 살아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저자가 ‘못한’이 아닌 ‘않은’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쓰고자 했던 것은 ‘실패의 역사’나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 이와 같은 저자의 역설적인 시선과 지적인 위트와 유머감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의 주인공인 사람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도 볼만 하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들이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주홍 글자》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을 비롯해 이 책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유명인들을 찾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데 또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잊힌 것들에 대한 따뜻한 기록자, 폴 콜린스
폴 콜린스가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것은 《네모난 못》(양철북, 2006)이었다. 그 책은 자폐아인 자기 아들의 이야기와 자폐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아버지의 시선이 교차되는 이야기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활발한 저작 활동과 독자들의 좋은 반응에 비해 한국에 소개된 내용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밴버드의 어리석음》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1년 논픽션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 허풍선이, 바보라고 치부되어 비웃음을 당하거나 휴지조각처럼 기억되고 말 사람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무 이득도 바라지 않고 자기 이상에 몸을 바친 사람들, 능력보다 꿈이 앞선 사람들, 실패했지만 기억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콜린스는 날마다 도서관과 박물관을 다니며 읽고 모은 자료를 토대로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잊힌 역사들을 다시 부활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는 그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객관적 사실과 개인적 경험을 뒤섞는 독특한 일인칭 방식으로 서술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역사서이자 체험기이며, 비밀을 밝혀 나가는 추리극이 된다. 그의 책 《식스펜스 하우스Sixpence House》에서는 버려진 고서들이 모이는 웨일스의 책 마을 헤이온와이에서 책에 얽힌 잊힌 이야기들을, 《골칫덩이 톰The Trouble with Tom》에서는 미국 독립전쟁에 큰 영향을 미친 혁명가 토머스 페인의 사라진 유골의 행방을, 《네모난 못》(양철북, 2005)에서는 자폐증이라는 말이 존재하기 전부터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했던 자폐인들의 발자취를, 《윌리엄의 책The Book of William》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첫 사절판의 뒤를 쫓는다.
현재 콜린스는 작가이자 포트랜드 주립대학 문학부 조교수이며 한때 ‘콜린스 라이브러리’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