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 김춘경
성밑 담벼락 뒷 편을 둘러 싼 작은 동산에
아무도 모르게 묻어 둔 추억의 방
어린 시절 혼자서만 드나들던 곳
늘어진 솔가지와 이름 모를 풀로 덮인 지붕아래
틈새로 기분 좋게 새어 나오는 햇볕을 받으며
소꿉놀이로 미리 한 세상 살아 보던 곳
해거름이 되도록 온종일 은밀하고
비발디의 사계보다도 아름답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울려 퍼지던 그 곳은
어린 가슴에 회오리가 들 때 마다
쪼르르 달려들어 안도의 쉼을 갖게한 피안의 처(處)다
어린 꼬마의 꿈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던
동화 속 숲 속의 작은 방으로 가끔은
세월을 지고 불쑥불쑥 달려가고 싶다
지금의 내게도 비밀의 숲이 필요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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