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2. 하나님의 벌을 받은 사나이
세묜은 그 사나이 곁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젊고 튼튼한 사내였다. 몸에 얻어맞은 흔적도 없었다.
다만 추위에 얼어붙어 벽에 기댄 채 눈을 뜰 힘도 없는 듯 세묜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묜이 가까이 다가가자 사나이는 정신이 드는지
고개를 돌리며 눈을 뜨고 세묜을 바라보았다.
그 눈매를 보자 세묜은 사나이가 마음에 들었다.
세묜은 펠트 신발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허리끈을 풀어 그 위에 놓은 다음 두루마기를 벗었다.
"자,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옷을 입어요!"
세묜은 사나이를 부축하여 일으키려 하였다.
그는 일어섰다.
날씬하고 깨끗한 몸매에, 손발도 곱고 얼굴도 귀엽게 생겼다.
세묜은 그에게 두루마기를 걸쳐 주었으나 그는 소매에 팔을 넣지 못했다.
세묜은 두 팔을 끼워주고 옷자락을 잡아당겨 앞을 여민 다음 허리끈을 매어 주었다.
세묜은 헌 모자를 벗어 그에게 씌워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자기 머리도 추워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대머리지만 이 사나이는 고수머리가 길게 자랐으니 괜찮을 거야.'
그는 다시 모자를 썼다.
'차라리 신발을 신겨주는 게 낫겠지.'
세묜은 사나이를 앉히고 펠트 장화를 신겨 주었다.
사나이에게 옷과 신발을 신긴 뒤 세묜은 말했다.
"이젠 됐네, 형제. 좀 움직여 몸을 녹여야지.
그럼 다 좋아질 거야. 그런데 걸을 순 있겠나?"
사나이는 일어서서 감격스러운 눈초리로 세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가만있지? 여기서 그냥 겨울을 지낼 셈인가? 우리 집으로 가자구.
자, 여기 지팡이가 있으니 기운이 없으면 이걸 짚게나. 자, 걸어 보라구!"
사나이는 걷기 시작하더니 이내 성큼성큼 잘 걸었다.
세묜은 물었다.
"자네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나?"
"나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닙니다."
"그야, 이 고장 사람이면 내가 다 알지. 그런데 어떻게 이 교회까지 왔나?"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한테 당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나는 하나님의 벌을 받았습니다."
"그야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지. 하지만 어디에서 좀 쉬어야지.
자네 어디로 갈 건가?"
"아무 데라도 좋습니다."
세묜은 놀랐다.
나쁜 사람 같지도 않고 말씨도 온순한데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세묜은 생각했다.
'세상에는 말 못할 일도 많지.' 그는 사나이에게 말했다.
"어때, 우리 집으로 가세. 몸을 좀 녹일 수는 있을 거야"
세묜은 집으로 향했다.
낯선 젊은이도 나란히 걸었다.
찬 바람이 세묜의 셔츠로 스며들었다.
술기운이 깨면서 차차 추워졌다.
그는 코를 훌쩍이고 마누라의 겉옷을 여미면서 생각했다.
'이거 큰일인 걸.
외투를 사러가서 두루마기를 없애고 벌거숭이 사나이까지 달고 가니 말이야.
마뜨료나가 잔소리 깨나 하겠지.'
마뜨료나 생각을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옆에 있는 사나이가 교회 뒤에서 자기를 바라보던 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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