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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15. 01:1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4. 우리는 남에게 주는데 
    마뜨료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착한 사람이라면 벌거숭이로 있을 리 없지. 이 사람은 셔츠도 없잖아. 
    당신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어디서 이 사람을 데려왔는지 말해야 될 게 아녜요."
    "그렇지 않아도 벌써부터 이야기하려던 참이야. 
    집으로 오는데 이 사람이 교회 옆에 있더군. 
    여름도 아닌데 벌거벗은 몸으로 덜덜 떨면서 말이야. 
    하나님이 나를 이 사람에게 보내신 거야. 
    안 그러면 이 사람은 죽었을 거야. 이런 때 어떡해야겠소? 
    우리도 살다 보면 무슨 일을 당할지 누가 알아? 그래서 옷을 입혀 데려왔지.
    자, 마음을 가라앉혀. 마뜨료나, 
    죄를 짓지 말라구. 우리도 언젠가는 죽을 목숨이라구."
    마뜨료나는 욕을 해주고 싶었으나 나그네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그네는 걸상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머리를 숙인 채 답답한 듯 줄곧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마뜨료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세묜은 말을 이었다.
    "마뜨료나, 당신 마음엔 하나님도 없소?"
    마뜨료나는 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젊은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녀는 문 곁을 떠나 난로가 놓인 구석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하였다. 
    컵을 식탁에 놓고 츠바스(곡식으로 만든 맥주 비슷한 음료수)를 따르고, 
    마지막 빵을 내놓았다.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를 놓으면서 "어서 들어요"하고 말했다. 
    세묜은 젊은이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앉아요, 젊은이."
    세묜은 빵을 잘게 잘라 함께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마뜨료나는 식탁 곁에 앉아 손으로 턱을 괴고 낯선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젊은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보살펴 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갑자기 명랑해지며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마뜨료나 쪽으로 눈을 돌려 빙그레 웃었다. 
    식사가 끝나자 마뜨료나는 식탁을 치운 다음 낯선 젊은이에게 물었다.
    "젊은이는 어디서 왔소?"
    "나는 이 지방 사람이 아닙니다."
    "왜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강도라도 만났어요?"
    "하나님의 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었소?"
    "예, 알몸으로 있다가 얼어죽을 뻔했지요. 
    그걸 주인 아저씨가 발견하고 불쌍히 생각하여 
    입고 있던 두루마기를 벗어 나에게 입히고 여기 데려온 겁니다. 
    여기 오니까 마나님이 나를 불쌍히 생각하여 또 먹고 마실 것을 주셨어요. 
    하나님은 두 분을 도와주실 겁니다!"
    마뜨료나는 일어나서 좀 전에 기운 세묜의 셔츠를 집어 젊은이에게 주었다. 
    그리고 바지도 찾아 주었다.
    "이제 보니 셔츠도 없잖아. 
    이걸 입고 아무 데서나 자도록 해요. 침대 위든 난롯가든."
    나그네는 두루마기를 벗고 셔츠와 바지를 입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마뜨료나는 등불을 끈 뒤 두루마기를 가지고 남편 곁으로 갔다. 
    그리고 두루마기 자락을 덮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젊은이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젊은이가 마지막 빵을 다 먹어버려서 내일 먹을 빵이 없다. 
    셔츠와 바지를 준 일을 생각하자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그가 빙그레 웃던 것을 생각하자 마음속이 밝아졌다. 
    마뜨료나는 오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세묜도 잠이 안 오는지 두루마기 자락을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려 왔다.
    "세묜!"
    "응?"
    "빵을 굽지 않고 다 먹어 버렸는데 내일은 어떡하죠?
     말라냐 대모에게 가서 좀 꾸어야겠어요."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소"
    마뜨료나는 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저 젊은이는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자기 말은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세묜!"
    "응!"
    "우리는 남에게 주는데, 남들은 왜 우리에게 안 주는거죠?"
    세묜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이제 그만하고 자자구"하고 말하고 세묜은 돌아누워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