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3.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세묜의 아내는 서둘러 집안을 치웠다.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인 뒤, 자기도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빵은 언제 구울까? 오늘 할까, 내일 할까? 아직 큰 덩어리가 하나 있는데.
세묜이 점심을 먹고 온다면 저녁은 많이 먹지 않겠지.
그러면 내일 빵은 이걸로 충분해.'
마뜨료나는 빵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오늘은 빵을 굽지 말아야지. 밀가루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걸로 금요일까지 버텨보자.'
마뜨료나는 빵을 치우고 식탁에 앉아 남편의 해진 셔츠를 깁기 시작했다.
옷을 기우면서 마뜨료나는 양피 외투를 사올 남편을 생각했다.
'양피 장수에게 속지 말아야 할텐데. 사람이 너무 어수룩해서 말야.
남을 속이지 못하고, 어린아이한테도 속아넘어가는 사람이니까.
8루블이면 적지 않은 돈이지. 좋은 외투도 살 수 있겠지.
제일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털외투를 살 수 있을 거야.
지난 겨울엔 털외투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강가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밖으로 전혀 나갈 수 없었지.
그런데 이제 남편이 옷을 입고 나가 버려서 나는 걸칠 옷이 하나도 없잖아.
일찍 떠난 건 아니지만 이제 올 때도 됐는데…
이 양반이 혹시 술이라도 마신 게 아닐까?'
마뜨료나가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현관 계단이 삐걱거리며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
마뜨료나는 바늘을 꽂고 나서 입구로 나갔다.
두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묜이 모자도 쓰지 않고 펠트 장화를 신은 웬 사나이와 함께 있었다.
마뜨료나는 금방 술 냄새를 맡았다.
'역시 마시고 왔구나.'
남편은 두루마기도 입지 않고 겉옷 하나만 걸친 채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말없이 서 있었다.
마뜨료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 털어 마신 모양이야.
얼굴도 모르는 사나이와 어울려 마시고 그것도 부족해 집에까지 데려왔구나.'
마뜨료나는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자기도 뒤따라오다가
그 낯선 젊은이가 자기 두루마기를 입은 것을 보았다.
두루마기 밑으로 셔츠도 보이지 않고 모자도 안 썼다.
안으로 들어선 젊은이는 자리에 가만히 선 채 눈도 쳐들지 않았다.
마뜨료나는 이 사나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 겁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뜨료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난로 쪽으로 가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세묜은 모자를 벗고 태연히 걸상에 앉았다.
"여보 마뜨료나, 어서 저녁 주구려."
나그네도 걸상에 앉았다.
"아무 것도 만들지 않았소?"
마뜨료나는 화가 났다.
"만들긴 했지만 당신 먹을 건 없어요. 당신 마실 엽차도 없어요.
외투를 사러간 사람이 두루마기까지 없애고,
그것도 모자라 벌거숭이 건달까지 데려오다니.
당신들 같은 주정뱅이에게 줄 저녁은 없어요."
"그만해, 마뜨료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구.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야지."
"돈은 어디 있어요? 빨랑 말해 봐요."
세묜은 두루마기 주머니를 뒤져 돈을 꺼내며 말했다.
"돈은 여기 있어. 뜨리포노트에게는 돈을 못 받았어. 내일 주겠다고 그러잖아."
마뜨료나는 더 화가 났다.
외투도 사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두루마기를 어떤 벌거숭이에게 입혀 집으로 데려오다니.
마뜨료나는 식탁의 돈을 숨기며 말했다.
"저녁은 없어요. 벌거숭이 주정뱅이에게 어떻게 밥을 줘요."
"말 좀 조심해, 마뜨료나. 먼저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멍청한 주정뱅이한테 무슨 말을 들어요.
당신 같은 주정뱅이에게 원래 시집오고싶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주신 옷감도 당신이 술로 다 마셔버렸죠.
그리고 이번엔 외투를 사러가서 그 돈으로 술을 마시다니…"
세묜은 술값은 겨우 20코페이카뿐이라는 것,
어떻게 해서 이 젊은이를 만나게 됐는지 따위 사정을 말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뜨료나는 어디서 쏟아지는지 한번에 두 마디씩 지껄여대는 것이었다.
심지어 10년 전 일까지 낱낱이 들추어냈다.
한참 떠들더니 마뜨료나는 세묜에게 덤벼들어 옷소매를 붙잡았다.
"내 옷을 이리 줘. 한 벌밖에 없는 내 옷을 벗겨 입고 갔잖아.
이리 내,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세묜은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매가 뒤집혔다.
마누라가 그것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솔기가 터지고 말았다.
마뜨료나는 겉옷을 빼앗아 뒤집어쓰고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다가 우뚝 섰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 낯선 사나이가 누군지 궁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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