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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16. 01:4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5. 일을 배우는 미하일 
    이튿날 아침 일찍 세묜은 잠이 깨었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었고, 아내는 벌써 이웃집에 빵을 빌리러 간 모양이다. 
    어제 온 나그네는 헌 바지와 셔츠를 입고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보다는 표정이 밝아 보였다. 
    세묜이 말했다.
    "어떤가, 젊은이.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고 몸에는 옷을 걸쳐야 하니 일을 해야지. 
    자넨 무슨 일을 할 줄 아나?"
    "아무 일도 할 줄 모릅니다."
    세묜은 놀랐으나 이렇게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되지. 사람은 무슨 일이나 배울 수 있어."
    "모두 일을 하니 저도 일을 하겠습니다."
    "자네 이름은 무언가?"
    "미하일입니다."
    "미하일, 자네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그건 좋지만 밥벌이는 해야지. 
    내가 시키는 일을 하면 밥을 먹여 주겠네."
    "고맙습니다. 일을 배우겠어요. 할 일을 가르쳐 주십시오."
    세묜은 실을 들어 손가락에 감고 매듭을 지었다.
     "어려울 건 없어. 자, 보게…"
    미하일은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얼른 배워 손가락에 실을 감아 매듭을 지었다. 
    이번에는 실 찌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미하일은 그것도 곧 배웠다. 
    다음에는 가죽 다루는 법과 깁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미하일은 그것도 얼른 배웠다.
    세묜이 무슨 일을 가르치든 미하일은 얼른 배웠다. 
    사흘째부터는 오랫동안 구두를 만들어온 사람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열심히 일만 하고 밥은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쉴 때에는 잠자코 천장만 쳐다보았다. 
    밖에 나가는 일도 없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농담도, 웃는 법도 없었다. 
    미하일이 웃는 모습을 본 것은 그가 처음 오던 날 마뜨료나가 밥상을 차려줄 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