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6. 차돌같이 단단한 사람
날이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해가 지나갔다.
미하일은 여전히 세묜의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하일의 소문은 사방에 퍼졌다.
미하일만큼 멋지고 튼튼하게 구두를 짓는 사람은 없다는 소문이었다.
이웃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구두를 맞추려고 몰려왔다.
세묜은 점점 더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어느 겨울날이었다.
창문으로 마차가 가게 앞에 서는 것이 보였다.
젊은 사람이 마부석에서 펄쩍 뛰어내려 문을 열었다.
털외투를 입은 신사가 마차에서 나와 세묜네 집을 향해 층계를 올라왔다.
마뜨료나가 달려나가 문을 활짝 열었다.
신사는 몸을 굽히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머리는 천장에 닿을 정도였고, 몸은 방안을 꽉 채울 것 같았다.
세묜은 일어나서 절을 하며 놀랐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본 일이 없었다.
세묜과 미하일도 마른 편이고 마뜨료나는 명태처럼 여위었는데,
이 신사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같았다.
얼굴이 벌겋고 기름이 흘렀으며 목은 황소같았다.
온몸이 무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신사는 후유 숨을 내쉬며 외투를 벗고 걸상에 앉으며 말했다.
"세묜이 누구지?"
세묜이 나서며 말했다."제가 주인입니다, 나리"
신사는 자기가 데려온 젊은이를 소리쳐 불렀다.
"페지까. 물건을 이리 가져와"
젊은이는 작은 보자기를 가져왔다.
신사는 보자기를 받아 책상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끌러"
젊은이가 보자기를 끌렀다.
신사는 가죽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세묜에게 말했다.
"이봐, 이 가죽 보이지?"
"예, 나리."
"무슨 가죽인지 알겠어?"
세묜은 가죽을 만져 보고 나서 말했다."좋은 가죽이옵니다."
"그야 물론 좋은 가죽이지! 너 같은 바보는 아직 이런 가죽을 못 보았을 거다.
이건 독일젠데, 20루블이나 줬어."
세묜은 겁을 집어먹고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어디서 그런 걸 구경하겠습니까."
"그렇겠지. 헌데 이걸로 내 발에 맞는 장화를 만들 수 있겠나?"
"그러믄요, 나리."
신사는 세묜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만들 수 있다고 했겠다. 하지만 알아둬.
누구의 구두를, 어떤 가죽으로 만드는지.
난 일 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치 않고 실밥이 터지지 않는 장화를 바란단 말야.
할 수 있으면 가죽을 자르고, 할 수 없으면 맡지 마.
미리 말해 두는데 일 년 안에 구두 모양이 변하거나 실밥이 터지면 너를 감옥에 보낼 거야.
대신 일 년이 되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실밥이 터지지 않으면
만든 값으로 10루블을 더 주지."
세묜은 겁이 나서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는 미하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팔꿈치로 찌르며 귀엣말로 물었다.
"맡을까?" 미하일은 '맡으라'고 머리를 끄덕였다.
세묜은 미하일의 말을 따라 일 년 안에
모양이 변하지도 실밥이 터지지도 않는 장화를 주문 받기로 하였다.
신사는 젊은이를 불러 왼쪽 신발을 벗기라고 하며 발을 내밀고 말했다.
"발을 재게!"
세묜은 한 자가 훨씬 넘게 종이를 붙여 바닥에 깐 다음 무릅을 꿇었다.
그리고 신사의 양말에 때를 묻히지 않으려고
앞치마에 손을 잘 문지른 다음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세묜은 발바닥을 재고, 발등 높이를 재었다.
그리고 종아리를 재려는데 종이 양끝이 닿지 않았다.
신사의 장딴지가 통나무처럼 굵었던 것이다.
"이봐, 거길 좁게 해서는 안돼."
세묜은 다시 종이를 덧붙였다.
신사는 가만히 앉아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미하일을 발견하고 물었다.
"저 친구는 누구야?"
"우리 집 일꾼인데, 나리의 구두를 만들 겁니다."
"이봐, 너도 잘 들어둬. 일 년은 끄떡없게 만들어야 해."
신사는 미하일에게 말했다.
세묜도 미하일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미하일은 신사를 보지 않고 그의 뒤쪽 구석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미하일은 갑자기 웃음을 띠며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바보자식, 왜 웃어? 기한 내에 만들도록 정신 바짝 차려."
미하일이 말했다.
"필요할 때까지 만들어놓겠습니다."
"좋아."
신사는 장화를 신고 털외투를 입고 문 쪽으로 갔다.
그러나 깜박 잊고 허리를 굽히지 않아서 문설주에 머리를 부딪쳤다.
신사는 욕을 퍼붓고 머리를 문지르며 마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신사가 떠나자 세묜이 말했다.
"차돌같이 단단한 사람이군. 몽둥이로 후려쳐도 안 죽겠어.
머리를 그렇게 부딪쳤는데도 별로 아프지도 않은가 봐."
마뜨료나가 말했다.
"저런 생활을 하는데 살이 빠질 리 있어요?
저렇게 튼튼한 사람에게는 귀신도 꼼짝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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