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말의 노래 (four last thing) - 윤형중 신부
1
백년 천년 살듯이 팔닥거리던 청춘이라 믿어서 염려않던 몸
거기에도 죽음은 갑자기 닥쳐 용서없이 목숨을 끊어 내인다
2
죽음에는 남녀도 노소도 없고 빈부귀천 차별도 없다하지만
설마나도 그러랴 믿고 있더니 그 설마에 결국은 속고 말았네
3
청한 신부 공교히 아니 계시고 집안식구 옆에서 울기나 할 뿐
공포 의혹 물결은 맘에 요란코 천만고통 온 몸을 바수는 도다
4
모래같이 작다고 범한 죄악은 태산같은 괴물로 앞에 나서고
잠결에 든 꿈같이 알던 지옥은 흉한 입을 벌리고 삼키려 든다
5
벽력같은 양심은 호령을 하고 오락가락 정신은 산란한 중에
진실상등 통회가 나올 수 있나 재촉하던 죽음은 덤벼들었다
6
실날같은 숨결이 끊어지더니 염통까지 온 몸은 싸늘히 식고
부드럽던 사지도 돌같이 굳어 보기에도 흉칙한 시체이로다
7
흰자위만 보이는 푹꺼진 눈에 양미간을 찡그린 창백한 얼굴
검푸르게 변색된 입과 입시울 보기에도 흉칙한 송장이로다
8
의지없이 외로운 너의 영혼에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나는 그때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는 지를 네 얼굴이 그대로 말하는 도다
9
지나가는 신부를 보기만 해도 제 양심이 보채어 피해 가더니
지공지엄 사심판 천주 대전에 홀로 꿇어 얼마나 떨고 있겠나
10
온갖 맵시 다차려 모든 사랑을 제 한 몸에 받으려 허덕이더니
송장 봐라 더럽다 피해 내빼는 뭇 사람의 염오를 알고 있느냐
11
남의 마음 끌려고 애도 쓰더니 참지 못할 독취를 피우고 있어
오는 이의 고개를 돌이켜 주고 피하는 자 걸음을 재촉해 주네
12
신식이란 다 차려 양장을 하고 아양피는 얼굴에 간사한 웃음
별난 몸짓 다꾸며 저만 잘난 듯 뵈는 곳에 나서기 좋아하던 몸
13
변화없는 수의를 입고 누워서 널판떼기 네 조각 치장을 하고
상여 속에 실려서 호강하는가 무덤속에 누워서 아양 좀 떨지
14
사정없는 가랫밥 황토 덩어리 취흥겨워 발 맞춰 내려 다지는
상여꾼의 무지한 힘찬 달구질 받아 둬라 세인의 마지막 대우
15
인사체면 끌리어 따라온 무리 여기저기 두 셋씩 모여 앉아서
제 사정의 얘기만 열중들 하네 지루한 듯 일 끝을 재촉들 하네
16
귀찮은 일 다 했다 발길 돌이켜 시원한 듯 바쁜 듯 돌아들 가고
계견소리 아득한 적막한 곳엔 어제없던 봉분만 하나 늘었네
17
집 구석에 있기는 답답하다고 친구들과 밖으로 쏘다니던 몸
좁고 좁은 관속에 굳게 갇히어 갑갑하게 어덯게 파묻혀 있나
18
자나깨나 생각하던 불량 친구들 재미나는 그 틈에 왜 못가고서
찬 바람만 우수수 부는 벌판에 외롭게도 혼자서 누워 있는가
19
날 저무러 쓸쓸한 공동 묘지에 귀뚜라미 구슬픈 울음 소리는
네 영혼의 애타는 통곡 소리인가 억만번을 울어도 때는 늦었다
20
세례받은 교우라 연도들 하네 제대 위에 불켜고 미사 드리네
받을 준비 되었어야 그 은혜받지 시체에게 음식도 소용이 없네
21
세상 고통 끝났다 위로들 하네 천국 복에 들었다 울지 말라네
이 말 듣고 가족들 그럴싸 하네 무슨 운명 당한 줄 알기나 하나
22
무덤위에 떳던 달 서산에 지고 눈물 같은 이슬에 잔디만 젖네
힌구름은 허공에 무심히 돌고 솔잎새의 바람은 처량히 우네
23
세상사람 무심하듯 자연도 무심 춘하추동 여전히 되돌겠지만
무덤 속의 진행은 곧은 목일세 직선으로 나갈 뿐 돌지를 않네
24
땀 한 방울 흘리기 싫어하던 몸 검고 붉은 추기물 흘러 내려도
더러운지 추한지 알지 못하고 막대같이 뻣뻣이 누워 있구나
25
고급스런 화장품 한껏 드려서 멋진 모양 내려고 애도 쓰더니
그 얼굴에 구더기 들썩거리고 흐늘흐늘 썩음을 알기나 하나
26
부드러운 비단만 입으려 하고 입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더니
버러지의 음식을 준비해 주려 그와 같이 몹시도 안달을 했나
27
아릿다운 자태는 형용도 없이 흥근하게 관속에 괴여 썩는 것
화장품의 향내는 어디로 가고 코찌르는 독취만 가득 하온가
28
거울앞에 앉아서 꾸미던 얼굴 구멍 세 개 뻥 뚤린 해골 바가지
신식유행 다차려 모양내던 몸 엉성한 뼈 몆 가락 차지하였네
29
굶주리고 헐벗은 가난한 사람 티끌같이 눈 아래 내려 보더니
잘낫다는 제 몸은 얼마나 잘나 먼지 되고 흙되어 흩어지는가
30
밤 하늘에 별똥 별 날아간 뒤에 자취까지 다시는 볼 수 없듯이
번개같이 순식간 살던 너의 몸 이 세상서 영원히 사라지리라
31
성사생활 몹시도 싫어도 하고 교리공부 너무도 싫증 내더니
그 모든 것 뒤에 두고 휙 돌아서서 끝날까지 찾은 것 무엇이더냐
32
짧고 짧은 일생에 맛보던 쾌락 꿈이라면 아직도 다행이련만
허탄하긴 꿈 같이 허탄하여도 딸린 벌은 끝 없어 걱정이로다
33
폭양밑에 헤메는 작은 개미들 겨울 추위 준비를 할 줄 아는데
만물 으뜸 훌륭한 사람이 되어 끝이 없는 지옥불 생각 못하나
34
아마 아마 너 떠난 네 영혼의 꼴 너와 함께 멸망에 있지 않은지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 되었노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 되었노
35
여보시오 이 자리 여러분네들 지금 말한 이 죽음 잊지 마시오
남의 일로 알고서 잊지 마시오 그대 역시 조만간 당할 것이오
36
이런 운명 당신도 피할 수 없소 하늘 땅이 무너져 변할지라도
그대 역시 죽어서 썩어질 것은 중천에 뜬 해보다 더 분명하오
37
째각째각 초침의 도는 소리는 우리 생명 그 만큼 깍는 소리요
한치 두치 나가는 해그림자는 우리 일생 그 만큼 덮어 나가네
38
남의 부고 우리가 받아 보듯이 우리 부고 남들도 한 번 볼게요
남의 시체 우리가 보는 것 같이 우리 시체 남들도 한 번 볼게요
39
우리 죽어 사심판 들어 갈 때에 부모 처자 형제도 따를 수 없고
친한 친구 동지도 따를 수 없어 혈혈단신 혼자만 끌려가도다
40
무덤까지 따라와 이별하고서 제 발길을 돌이켜 돌아간 다음
생각조차 다시는 아니할게요 세상사람 모두들 이러한게요
41
이 세상에 살 때에 범한 죄벌과 울며불며 세웠던 선행 공로만
끝날까지 우리를 따라설게요 영원토록 우리를 안떠날게요
42
지공지엄 주대전 압령 되면은 조상들의 선행도 소용이 없고
자손들의 공로도 소용이 없네 자기자신 행적만 저울질 한다
43
지금부터 백 년후 오늘 이 때면 우리 해골 땅속에 이미 썩었고
천국이나 지옥중 둘 중 한 곳에 우리 영혼 벌써가 들어 있겟지
44
지옥이란 말만은 간단 하지만 우리 실제 당하면 어찌할텐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는구나 생각하면 온몸이 떨리는구나
45
지옥 영혼 이 세상 다시 산다면 예외없이 모두 다 성인되리라
지옥 형벌 얼마나 무서운겐지 예외없이 모두 다 성인되리라
46
지옥불에 떨어진 저 모든 영혼 가고 싶어 일부러 간 줄 아느냐
하루 이틀 회개를 미루어가다 삽시간에 갑자기 벼락 맞앗지
47
기다림에 반드시 한도가 있고 참는 데도 반드시 한도가 있네
그 한도는 주님의 안배에 있네 안배하신 한도를 어찌 알겠나
48
오늘 하루 어떠랴 방심턴 영혼 그 하루로 한도를 넘어 섰구나
참아오던 주님의 정의의 칼날 그 하루를 찍어서 심판 하셨네
49
죽는 줄을 알고서 죽기나 했나 더 살려고 애쓰다 죽어버렷지
죽을 때를 안다면 그냥 죽겠나 한 시바삐 서둘러 준비 했겠지
50
병 앓다가 약쓰고 나은 일 있어 이번에도 희망을 약에 다 두네
주님 안배 벌써 다 결정됐건만 좋은 약만 들여라 재촉을 하네
51
마음 깊이 타고난 강한 생명욕 설마 내가 죽으랴 장담을 하네
어리석게 이 장담 아직도 믿고 영혼 준비 않고서 살 줄만 믿네
52
식은 땀은 드디어 온 몸에 솟고 고군분투 심장만 약하게 띌뿐
팔과 다리 벌써 다 함락되었고 뒤를이어 호흡도 백기 들려네
53
처음으로 이 세상 나올 때에는 제 어미를 지극히 괴롭히더니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날 때에는 저 자신이 고통중 자지러지네
54
천길 만길 혼자서 떨어지지만 집안 식군 옆에서 울기나 할뿐
손끝 한 번 놀려서 돕도 못하고 눈물이나 흘리며 구경만 하네
55
머리속에 세웠던 화려한 공상 거품처럼 힘 없이 꺼져버렷고
애지중지 아끼던 가산 집물은 싱거운 듯 냉정히 비웃음 치네
56
기를 쓰던 심장이 멈춰버리니 핏기없는 싸늘한 깡마른 얼굴
정기 빠져 흐릿한 푹꺼진 눈에 치켜진 코 탄 입술 처진 아래턱
57
땀에 젖어 축축한 베개 넘어로 어지럽게 흩어진 흉한 머리털
되는 대로 던져진 팔과 두 다리 지옥에선 큰 괴물 입맛 다시네
58
우리와는 온전히 타계의 존재 한 방안에 있기도 격이 안맞네
등잔불도 두려워 움츠러 들고 창 밖에선 바람도 비명지르네
59
부모처자 형제간 따듯한 정도 이로부터 끊은 듯 싸늘히 식고
무서움만 방안에 스며들면서 산 사람의 염통도 어는 듯 하네
60
주님 공경 그처럼 푸대접 하고 이웃 사랑 그처럼 인색하더니
그만둬라 이제는 청산해 보자 참아오던 주님은 팔을 드셧네
61
임종할 때 어느덧 잃었던 정신 저 세상에 넘어가 다시 깨어낫네
뱀처럼 징그러운 죄악의 영혼 깨어난 정신 이런 꼴 발견하였네
62
세상쾌락 어리어 멀엇던 눈이 이제 와서 늦게야 활짝 열렷네
신앙생활 이 처럼 큰 문제런가 그 정체를 보고서 초풍을 하네
63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 지공무사 위없는 무한한 위엄
벌래처럼 무능한 죄인의 영혼 지옥밖에 바랄 것 또 어디있나
64
부르시는 주님을 저버린 것도 손에 닿는 영복을 내버린 것도
어디가서 누구게 호소할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탓 인걸
65
되는 대로 사귀인 불량한 친구 허겁지겁 모아 둔 불의한 재물
판관앞에 놓여 진 증거품일세 되잡아서 이럴 줄 누가 알았나
66
가족들의 애끓는 통곡 소리에 온 집안은 눈물에 숨막혀 있네
무슨 선고 받은지 염려나 하나 제 신세만 생각코 가슴들 치네
67
수세걷어 치워 논 더러운 송장 저 송장의 쾌락을 도모해 주려
양심까지 모두 다 희생했더니 그 결과가 끝날에 이렇단 말인가
68
지붕위의 까마귀 우짓지 마라 지옥 영벌 선고를 조상하느냐
생일 잔치 해마다 향기로웠다 그 생일을 영원히 저주들 하라
69
아들 낫다 딸 낫다 기뻐한 부모 순산 했다 축하한 이웃 사람들
무엇 보고 그처럼 기뻐하엿나 지금 와서 이 내꼴 눈여겨 보라
70
초상낫다 모여 든 동네 사람들 이런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장례준비 의론만 분분한 신세 돌아보니 부럽기 한량이 없네
71
좋은 널을 사오라 좋은 염포를 성대하게 차려라 장례 절차를
부질없는 공론들 하지를 마라 온 세상을 다 준들 소용이 있나
72
떡을 해라 술 해라 떠들썩 하네 나만 죽고 저희는 죽지않을 듯
술과 안주 나누기 정신들 없네 미련하고 철없는 장래 송장들
73
하나 둘씩 모이는 조상꾼들아 두 번없는 일생은 값진 것이니
방심타가 이런 꼴 당하지 말고 제 구원에 총력을 집중들 하라
74
시체보고 돌아서 나가는 친구 못볼 것을 본 듯이 얼굴 변하네
나가서도 멀찍이 외면을 하네 저런 것을 친구라 믿고 지냈소
75
요행인듯 손쉽게 누리던 재미 아름답고 화려한 고운 꽃송이
앞에 던진 미끼를 누가 알았나 지금 보니 그 속에 낚시가 있네
76
저 혼자만 잘난 듯 혼자 약은 듯 지혜쓰고 꾀쓰고 모략 쓴 것이
제 손으로 결국은 제목을 얽어 마귀손에 같다가 잡혀주었네
77
수호천사 이제는 떠나 가소서 구품천신 다 와도 별수가 없네
마귀 말만 들어온 죄악의 영혼 마귀 손에 끌리어 지옥에 가네
78
바다 바다 불바다 끝없는 바다 악마들이 들끓는 악마의 바다
가슴속을 깨무는 독충의 바다 원망 낙담 통곡성 넘치는 바다
79
이 세상에 살 때에 범했던 죄악 소죄 대죄 모두 다 여기와 있네
제 몸에서 낳아 논 독사들 일세 제 어미를 알고서 휘감아 도네
80
범죄할 때 사랑하던 공범자들이 여기 와선 악독한 원수가 됐네
이를 갈며 덤비는 무서운 발악 이 성화를 영원히 어떻게 받나
81
털끝만한 위로도 없는 가운데 일초라도 형벌은 쉬지를 않고
실날같은 희망도 없는 가운데 생명끊어 자살도 할 수 가 없네
82
화로불에 떨어져 몸부림치는 버러지의 애타는 참상을 보라
죽지않고 그대로 고생 한다면 지옥영혼 모상이 그 아니겠나
83
천년만에 한 번씩 새가 날아와 삼각산에 앉았다 날아 간다면
새의 발에 달아서 그 삼각산도 언제인가 한 번은 없어지리라
84
삼각산이 이 처럼 없어지기를 천번 만번 다시금 반복하여도
지옥벌은 영원히 그치질 않네 영원이란 이 말은 참말 무섭다
85
지옥벌이 과중하다 원망 말아라 지존무대 주님의 무한한 사랑
이 사랑을 배척한 배은 망덕엔 영원한 벌 마땅히 있어야 한다
86
천국지옥 열쇠는 우리에게 있네 지금 우리 자유에 열쇠는 있네
천국복에 들건지 선택을 하라 지옥불에 탈건지 결정을 하라
87
지옥에선 마귀가 우릴 노리고 천국에선 주님이 내려 보시네
그른 길로 나가면 지옥에 가고 바른 길로 나가면 천국에 가네
88
생각해서 지옥을 결정했거든 부지런히 쾌락을 누려들 보라
지옥가면 이런 것 하나 없으니 죽기 전에 제 힘껏 탐구해 보라
89
제 아무리 쾌락만 누리려 해도 번민고통 그만큼 따라서리라
이 세상은 본시가 고해인 것을 어디가서 무엇을 찾고자 하느냐
90
지옥가서 때늦게 후회 할 테면 세상에서 일찍이 통회합시다
언제인가 한 번은 후회 할텐데 늦기 전에 미리서 손을 씁시다
91
생각해서 천국을 선택했거든 삼구전쟁 용맹히 이겨야 하오
천국 영혼 모두들 이런 말하오 지옥 영혼 모두들 이런 말하오
92
다른 사람 무어라 말들 하던지 다른 사람 무슨짓 하고 있던지
우리 실속 우리가 채려야 하오 우리 영혼 우리가 구해야 하오
93
세상 사람 일생은 전쟁이라네 파수보며 싸우기 귀치않지만
생사문제 달린 걸 어찌할텐가 승전하는 날까지 싸울 수 밖에
94
숨막히는 듯 괴롭고 답답하지만 새털처럼 가벼운 양심의 평화
겉으로는 얕은 맛 달콤하지만 염통속을 조이는 양심의 가책
95
폭풍우는 세상을 뒤집어 엎고 미친 물결 우리를 삼키려 해도
주님께서 보내신 양심 나침반 이 양심을 끝까지 따라야 하네
96
살얼음을 밟고서 사는 우린데 거미줄을 잡고서 사는 우린데
잠시인들 어덯게 방심하겠나 발밑에가 그 바로 지옥인 것을
97
눈을 들어 저 건너 바라다 보니 우리 묻힐 무덤이 저기 보이네
시간이란 상여에 실려진 우리 힘 못쓰고 무덤에 끌리어 가네
98
해가 뜨고 해가 져 하루가 되면 무덤까지 그만큼 가까와졌고
꽃이 피고 꽃이 져 한 해가 되면 무덤까지 그만큼 끌려 온게요
99
여우같은 희망에 속지 말고서 정신차려 똑똑히 행동들 하라
무덤까지 앞길에 별것이 없네 어제 오늘 모두 다 이럴뿐이네
100
더 살려고 애쓸 것 도무지 없고 십년이나 이십년 일 분 차이니
단 하루를 살아도 값있게 살고 공로세워 그 일생 채워나가세
101
공동묘지 콩멍석 파헤쳐 보라 무덤속의 백골들 들춰 보아라
부귀공명 자취는 그 어디있나 빈궁환난 그림자 그 어디있나
102
이 해골이 그래도 살았을 때는 구름같은 세상 복 손에 잡으려
노심초사 낮과 밤 가슴 태우고 땀흘리며 물 불을 가리잖았네
103
눈을 들어 땅 위를 살피어 보니 남녀노소 도처에 쏘다니는 꼴
무엇찾아 그처럼 애태우는가 북망산에 누웠을 장래 송장들
104
허탄하단 말들은 많이 하지만 생각하라 이 보다 더 허탄한 것
주님사랑 밖에는 모두가 허사 솔로몬의 이 명담 틀림이 없네
105
세상 낙이 도대체 그 무엇인가 세상 고통 도대체 그 무엇인가
지내노면 흩어진 연기같은 걸 사랑실천 왜 그리 주저하느냐
106
가을하늘 찬서리 찬 바람 불면 힘 못쓰고 우수수 낙엽지듯이
매일같이 무수한 남녀노소가 영원으로 떨어져 심판을 받네
107
우리 아직 세상에 살아 있음이 하나님이 사랑으로 참아주시며
우리들의 머리털 세어보시며 호흡맥박 일일히 살피실 텐데
108
가슴 속에 뛰노는 우리의 심장 이 심장의 고동을 멈추게 함이
전능하신 주님께 힘이 안드네 가끔보는 참상이 이 아니겠나
109
우리 생명 이처럼 참아 주심이 육시 편익 돌보라 그 뜻이런가
세상 재미 더 보라 그 뜻이런가 참으시는 이유가 어디 있겠나
110
맑은 샘물 옆에다 버려 두고서 괭이들고 생 땅을 왜 파는 게요
파다파다 지쳐서 쓰러지면은 그 자리에 백골로 파묻힐 것을
111
어린아이 어미 품 그리워하듯 주모대전 나아 갈 죽음의 그날
그립도록 거룩히 살라는 게요 참으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네
112
배고픈 자 잔칫 날 기다리 듯이 천국복에 들어 갈 죽음의 그날
기다리며 깨끗이 살라는 게요 참으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네
113
하나님의 이런 뜻 모른체 하고 쓸데없이 딴전을 왜피우는 게요
일초 일초 다투어 서둘러 대도 남은 일생 오히려 부족할 텐데
114
그날 그날 우리의 일거 일동은 영원으로 넘어가 예금이 되어
하늘나라 진주와 황금도 되고 연옥이나 지옥의 형벌도 되네
115
무정할사 세월은 흐르고 있네 공로 세워 천복을 쌓아 올리던지
범죄하여 지옥불 작만 하던지 무정할사 세월은 흐르고 있네
116
무심하게 하루를 지내는 동안 예금고는 나날이 오르고 있네
예사로운 일이라 등한하겠나 우리 앞에 예금이 달라지는 걸
117
오늘 하루 사는 건 큰 은혜이니 이 세상의 티끌을 알뜰이 모아
황금이나 진주로 변작하여서 부지런히 천국에 예금합시다
118
쉴새없이 천공을 달리는 지구 그 속도는 포탄의 사오배라네
우리 죽음 결국은 이런 속도로 우리들을 겨누고 돌진해 오네
119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거든 그 하루를 최후로 생각들 하고
밤이 되어 자리에 눕게 되거든 임종하는 자리로 준비들 하라
120
주예수여 우리를 굽어보소서 이 세상서 천만번 벌줄지라도
후 세상선 우리를 용서하소서 후 세상선 우리를 용서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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