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獨패착...文도 성공했다면 韓 안보위기 휘청였을 것 [임명묵이 고발한다]
입력2022.09.13. 오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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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 7만 명 넘는 시위대가 운집했다. 시위대는 조속히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라고 외쳤다. 체코가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러시아와 싸우느라 에너지난을 겪을 이유가 없으니 우크라이나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맡기고 체코 정부는 러시아 에너지를 들여오라는 주장이었다. 여론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프라하 시민은 지난 3월 초만 해도 우크라이나 볼로디니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보겠다고 거리에 나왔다.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유럽 연합(EU)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고, 그 여파로 석유와 가스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때마침 이번 여름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이 찾아와 유럽 에너지 위기가 더욱 악화한 마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이 찾아왔을 때 러시아산 가스 없이 과연 유럽이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러시아는 헝가리를 비롯한 친러 국가에는 가스를 마음껏 쓸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유럽이 자중지란에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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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피해와는 별개로 이 치킨게임 탓에 유럽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만만치 않다. 장기화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당장 이번 겨울을 넘기고 러시아 이외의 다른 공급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파이프를 통해 값싸게 들어오는 가스와 선박을 통해 멀리서 들여오는 가스의 가격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상당한 양을 의존해오던 값싼 러시아 가스 대신에 훨씬 비싼 가스를 쓰면 경제에 부담이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난방 온도를 통제하고 전기를 아껴 쓰면서 이 위기를 함께 견디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위협받는 산업 경쟁력 문제는 절약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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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된 건 지난 10여 년간 독일이 추진한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 영향이 크다. 녹색당을 비롯한 환경 운동 진영의 영향으로 독일은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가 미래의 전원으로 각광 받으며 약진했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 독일은 재생 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 방사능 폐기물은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무엇보다 값싼 에너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러시아 가스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만능열쇠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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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미래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지불하기 원치 않았다. 그저 값싼 에너지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며 러시아 천연가스를 계속해서 들여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 진영이 묵과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버렸고, 그 즉시 독일엔 밀린 청구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독일은 몰랐지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일찍이 이런 상황을 내다보았다. 2010년 독일의 한 컨퍼런스에서 푸틴은 “원자력도 싫고 러시아 가스도 싫다면 겨울에 장작이라도 때려고 하는 거냐. 그런데 당신들은 장작으로 땔 나무도 시베리아에서 사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중은 모두 웃었다. 하지만 지금 푸틴에게서 똑같은 말을 듣는다면 아무도 결코 웃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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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두고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독일 이야기는 대륙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수입하자는 구상을 꺼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아예 핵심 정책 의제로 삼았다. 여기에다 독일을 모델로 한 탈원전 정책까지 더 얹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김부겸은 올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기 직전까지도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런 구상이 실현됐다면 한국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안보를 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언제든 안보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에 에너지 공급망까지 의존하면 정말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게 우리가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독일은 그런 안보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고, 위기에 맞닥뜨리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만약 한국이 독일의 길을 정말로 뒤따랐다면, 지금 우리는 더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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