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賞春 - 임병식
계절이 사월로 접어드니 산야마다 물오른 봄 기운이 완연하다. 이곳 저곳에서는 벚꽃과 매화, 배꽃 그리고 목련꽃이 피고 있어 바라보는 곳마다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누군가 우리강산을 일러 '처처절경(處處絶景)이요, 처처춘풍(處處春風)이라' 하더니 정말 과장이 아니다. 사계절이 뚜렷한데다 겨우내내 얼었던 땅이 풀려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니 그말에 수긍하게 된다. 머잖아 계절은 또 여름을 맞아 무성해 질터이고 가을이 되면 나무는 실과를 맺고 들녘에 황금벌판을 이룰테니 얼만나 복된 땅인가.
오늘은 예전 직장동료들과 함께 광양제철로 꽃구경겸 견학을 가는 날이다. 30여명이 관광버스에 올라 출발을 하니 길가에 늘어선 벚꽃들이 꽃비를 흩뿌리며 반겨준다. 여수 공화동에서 문수동으로 이어지는 벚나무꽃길은 그야말로 꽃 동산이어서 여느 유명관광지에 비해 못할 것이 없다.
먼저 도착한 곳은 광양제철소. 조강생산능력 2000만톤 규모에 순이익만도 년 1조원을 올리고 있는 세계 굴지의 공장이다. 원자재인 갈색의 철광석과 연료로 쓰는 무연탄이 공장의 가동능력을 보여주듯 마치 경주의 왕릉처럼 높게 쌓여있다. 호주에서 들어오는데, 분진을 막기 위해 몇 겹의 포장을 쳐놓았다. 이것을 녹이기 위해 철물을 보관하는 고로는 1800도에 달하는 열에도 견딜수 있도록 내부는 내화벽돌로 쌓여 있다고 한다.
녹여진 철물이 각 공정을 통과하면서 강판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처음에는 10여 미터 남짓한 쇳덩이가 나오더니 나중에는 점점 길어지면서 강판으로 재련되는 과정이 신비롭기한 하다. 종내는 그것이 종잇장처럼 펴지더니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서 쏟아진다. 생산시간은 17초. 하나의 무게는 무려 20톤에 달하며 가격은 1억원을 홋가한다고 한다. 엄청안 부가가치다. 새삼 철이 산업의 쌀이란 말이 실감난다.
다음은 컨테이너 부두를 이동한다. 이 콘테이너 부두는 미래를 대비하는 서설이란다.한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엄청난데 현재는 물동량 처리 능력이 132만 TEU지만 2011년 까지 1000만 TEU시설을 갖추어 세계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세계 각국은 물류기지 선점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데, 중국이 77선석의 부두를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는 이보다 많은 84선석을 목표로 전용부두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 합친 숫자이다. 해설을 들으니 콘테이너 부두는 건설단가가 그 어느 시실보다 높다고 한다.1미터 건설에 1억 원이 먹힌다고 한다. 지하철 공사비가 2-3미터 건설에 1억원이 먹히는 것에 비하면 배 이상이 드는 편이다.
현재 광양항에는 4만톤급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코테이너 박스 4만개를 적재할 수 있는 크기로 아파트 높이로는 17층의 높이에 해당한단다. 그러나 실상은 물밑으로 3/2정도가 잠기는 편이니 그 부피를 가름하기 어렵다.안내자는 컨테이너부두의 가치를 누누이 강조한다. 즉 콘테이너 하나를 운반하면 200만원을 벌게 되며 그밖에 물류기지로 인한 부가가치는 엄청나다는 것이다.앞으로는 이 부두도 5만톤급 배가 14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도록 늘려갈 계획이란다. 안벽의 길이가 무려 1.2Km에 달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 광양 콘테이너 부두에는 관세화자유지역를 둘 것이라고 한다. 청사진을 들으니 가슴이 뿌듯하였다.
이날 하동 평사리에 위치한 토지의 무대 최참판 집을 둘러본 것은 공단의 현대적 첨단시설과 과거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이어서 또 다른 감회가 있었다. 잠시 마루에 올라서서 조망하노라니 당시에 최참판이 그렇게 서서 자기의 논밭과 일꾼들의 모습을 둘러보았을 생각에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였다. 길가에서 잘 보이도록 길상이네 집이라고 푯말을 붙여놓은 것은 마을 홍보효과를 노림일까.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둘러보는 시간에도 마을 곳곳에서는 옛 모습 재현과 단장으로 부산하였다. 관광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섬진강변, 쌍계사 입구의 구간은 벚꽃이 한창이었다. 더러는 천변에 조성한 녹차 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은 이들도 있었지만, 벚꽃의 터널에서 삼삼오오 모여 노는 사람들이 훨신 많았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더 없이 행복해 보였으나 그러나 나의 마음 한편에는 벚꽃이 천지를 이룬 전경이 왠지 왜색을 많이 풍기고 있어 조금은 아쉽고 찜찜하기도 했다. (2006)
'━━ 감성을 위한 ━━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인과의 해후(邂逅) - 임병식 (0) | 2013.03.31 |
---|---|
건망증 - 임병식 (0) | 2013.03.29 |
지인끼리 모여노는 장소 - 임병식 (0) | 2013.03.18 |
똬리를 튼 용송 - 임병식 (0) | 2013.03.15 |
봄이 오는 밤에 - 반숙자 (0) | 201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