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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 압바스 키아로 스타

Joyfule 2007. 3. 1. 01:21

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 압바스 키아로 스타미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혼자 와서 혼자 마시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떠나.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다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마른 꼴 비에 젖어 촉촉한 봄 냄새에 씰룩이는 젖소 코. 비포장도로의 아득한 끝은 구름 낀 하늘을 물고 흙먼지 위에는 빗물 몇 방울.
      늘 누군가와 약속을 한 듯하여라 오지 않을 사람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과. 벌써 몇 해째인가 계절 사이에 걸려 나부끼기를 지푸라기 한 올처럼.
      외로운 첫 가을 달 없는 하늘 가슴엔 노래 백 가닥. 비는 먼 바다에 쏟아지고― 들은 바싹 타 들어가고.
      논일하는 농부들 노래 기뻐도 슬퍼도 가락은 늘 하나. 내가 정말 믿는 것 밤도 낮도 끝이 있다는 것.
      눈밭에 발가벗은 아이 천 명. 한겨울의 악몽. 바람이 울부짖고 이리가 울부짖고― 달은 숨었나 검은 구름 뒤로.
      눈 덮인 벌판의 검은 두건 까마귀 자기를 보고 놀라다. 밤은 길고 낮은 길고 생은 짧아.
      눈밭에 사람 발자국― 볼 일 보러 가셨나? 돌아올까? 이 길로? 눈 덮인 묘지에 눈 녹는 묘비 셋― 어린 죽음 셋.
      생각할수록 도무지 모르겠어 죽음을 그리 두려워할 이유를. 눈 녹은 물에 저 건너 강 몸 뒤치는 소리 다시 들을 날 있을까.
      어느새 인생 하나 지나와 나를 생각하며 우네.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잊어 주기를― 그러나 내가 다 잊을 만큼 깨끗이는 말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올해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라는 이름이 우리 극장가를 찾은 지 11년이 되는 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1990년대 중반, 할리우드 영화 일색이었던 우리 극장가에 다양한 예술영화들과 제3세계 영화들이 소개되는 새로운 흐름을 대표했던 비 서구 영화감독 중 하나다. 그의 작품들은 할리우드식 상업 영화가 미처 제공해주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경험하게 했다. 어느 착하디 착한 소년이 친구의 숙제장을 돌려주려고 날이 저물도록 친구의 집을 찾아 헤매 다니는 내용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년)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란에서 모종의 새로운 영화 역사를 쓰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되었다. 광고감독으로 처음 카메라를 잡았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젊은 시절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길에서 주운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모두 ‘길 위의 영화’다. 직업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주연으로 쓰고, 또 스튜디오나 세트 대신 생활현장에서 영화를 찍었다. 이야기는 억지로 지어내고 꾸몄다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카메라를 들이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자연을 끌어안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있었다. ‘이란 북부 3부작’-<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리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이러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란 북부 3부작’, 그리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체리 향기>를 지나오면서 영화미학적 실험을 계속해 왔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와 <텐> 등의 비교적 최근작에서 더욱 미니멀해진 시각 양식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와 삶, 자연과 인간 등의 문제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순간들을 제공하고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현재 영화뿐 아니라 사진작업과 글쓰기를 통해 여전히 왕성한 예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x-text/html; charset=iso-8859-1" showstatusbar="1" volume="0" loop="99" autostart="true" hidden=true x-x-allowscriptaccess="never" invokeURLs="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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