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는 시간 - 이향아

선택하는 시간 - 이향아 뙤약볕 쓰라린 소금밭이건 오밤중 발이 삐는 진흙 수렁이건 어쨌든 지나갈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가 나를 지나갈 것이다 지나가서 어제가 되고 추억이 되다가 미망에 파묻히면 연민의 전설 내일은 느닷없이 처들어오지 않는다 태어난 것들은 모두 벼랑 끝에 눕혀 정의로운 칼처럼 진저리치는 세월이 흐른다고 쉬 노래하지만 정작 흐르는 것은 나의 넋이다 움킨 손 놓아버리면 이내 파장이 되는 한 번도 바닥이 나거나 끊어진 적 없는 너무 남아돌아 썩어본 적 없는 잠시라도 뒤돌아 기다리거나 통사정해도 해도 들어 준 적 없는 절벽같이 무심한 시간 얼굴을 돌려라 비껴갈 순 없다 내 몸에선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는 아까부터 재촉하는 무슨 소리 이제는 어느 한 그늘 선택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