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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 제레미 머서

Joyfule 2012. 4. 23. 08:21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 제레미 머서

 





1920년대 문학의 도시였던 파리,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의 창시자 실비아 비치의 정신을 이어받아 공산주의자이며 무정부주의자인 조지 휘트먼이 완성한 오늘날의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작가들은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문학의 박물관이자 휴머니즘의 성지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서점 한구석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무료로 숙식을 해결하며,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 파리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방세를 대신해 서점 일을 돕고, 끝을 알 수 없는 책읽기와 무모한 글쓰기를 강행하며,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가면서 짜릿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레미 머서'란 인물 역시 이 문학의 토끼굴에 운명처럼 뛰어들어 조지와 서점 식구들의 독특한 삶을, 오래된 책장 틈새에 숨어 있던 소중한 추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캐나다 지방지의 사회부 기자가 파리의 특별한 낡은 서점을 안식처로 삼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2000년 1월, 내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차를 마실 때쯤에는, 조지가 자기 서점에서 4만 명이 자고 갔다고 말할 즈음이었다. 그가 자랄 때 고향 샐럼의 인구보다 더 많은 수였다. 그곳을 방문한 뒤 나 역시 그 다음 사람이 되고자 했다. - 본문 50쪽에서

파리의 공기는 온갖 사람들의 꿈들로 무거워져 있었다. 꿈들이 거리를 메우고 카페의 좋은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시인과 작가, 모델과 디자이너, 화가와 조각가, 배우와 감독, 연인과 도피주의자, 다들 '빛의 도시'에 모여들었다. 그날 밤 폴리 마구 테이블에는 성전을 찾은 순례자들의 환희가 넘쳐흘렀다. 그 밤, 새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그런 환희를 느꼈다.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약이다. - 본문 116쪽에서

서점은 침실을 같이 쓰는 친구가 계속 바뀌는 밤샘 파티장 같았다. 평범한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 역시 무뎌져 갔다. 자다가 눈을 떠보면 내 앞에서 낯선 사람이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어도 무감각해졌다. 파니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 돌아오면 새로운 사람이 내 침대를 껴안고 있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그저 담요를 덮어줄 뿐이었다. 그 사람의 이름도, 그 사람이 들어온 날이나 갈 목적지도 묻지 않고 그저 서점에서 자는 사람으로 부르게 되었다. - 본문 217쪽에서

내가 항상 이곳에 대해 꿈꾸는 게 있어. 저 건너 노트르담을 보면, 이 서점이 저 교회의 별관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 저곳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별관. - 본문 313쪽에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조지와 함께한 시간은 나를 바꿔놓았다. 내가 떠난 삶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제 나는 앉아서 타자를 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생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이다. - 본문 318쪽에서



제레미 머서 (Mercer, Jeremy) - 1999년까지 캐나다 「오타와 시티즌 The Ottawa Citizen」의 전도유망한 사회부 기자였다. 당시 그가 집필한 범죄 서적에 수록된 범인으로부터 협박을 받게 되자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빈털터리인 채 무작정 파리로 도망쳤다. 파리에서 노숙자 신세가 되어 센 강변을 걷던 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컬트 문학지 「킬로미터 제로 Kilometer Zero」를 창간한다. 지금은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조동섭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인문대학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이매진」 수석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지냈으며, 2008년 현재 번역가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브로크백 마운틴>, <돌아온 피터팬>, <순결한 할리우드>,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 <가위 들고 달리기>, <일상 예술화 전략> 등이 있다.

이제부터 펼쳐질 내용은 파리의 특별한 낡은 서점을 내가 안식처로 삼기까지와 내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특기할 만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회고록을 쓰다보면 진실은 유동적이 된다. 내가 프랑스에 가게 된 연유와 이 서점에서 일어난 일들을 빠집없이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 책보다 훨씬 더 두꺼워질 것이다. - 제레미 머서



'인생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이다.' 프랑스를, 파리를,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문장이다. 어떠한 일이라도 맞이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곳을 찾아가자. 상상했던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의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 장-뤽 말랭 (프랑스문화원장)

처음 센 강변에서 발견한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지붕과 하늘, 그 지붕 아래 삐걱거리는 나무계단과 오래된 책 냄새, 그리고 조지의 매력에 나는 흠뻑 빠져들어 버렸다. 세련된 규칙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행운, 그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 컴퍼니다. - 이화열 (디자이너, <파리지앵>의 저자)

    

캐나다 지방지의 사회부 기자였던 제레미 머서는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거나 범죄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성실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적당히 삶을 탕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범죄자에게 협박을 받게 되고, 소심한 성격의 제레미는 두려움에 떨며 무작정 캐나다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파리로 떠난다. 평소 생활습관 탓에 모아둔 돈이 없었던 그는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셰익스피어 & 컴퍼니’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주인인 조지는 이상주의자이며 공산주의자였다. 모든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무료로 제공했다. 제레미는 이 사실을 알고 고민할 겨를도 없이 서점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전 우주에서 가장 시끄러운 하루가 펼쳐지는 그곳에서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들과 만나게 된다.

    

1부 새로운 우주의 발견, 혹은 블랙홀
2부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서 만난 사람들
3부 그리고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에필로그


    

영화처럼 유쾌하고 소설처럼 짜릿한 감동 에세이
공산주의자, 삼류시인, 범죄자에게 쫓기는 기자
센 강변의 낡은 서점에 오늘 그들이 뭉쳤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초록색 문이 열리고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된다!

백 년 전 먼지가 가득 쌓인 센 강변의 낡고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감미롭게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다. 낡은 마루바닥을 삐걱거리며 서가 사이를 늦은 오후의 산책처럼 거닐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고양이의 언어를, 햇살의 무게를, 우주의 형성원리를, 인간과 사랑과 희망의 삼각함수를…….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발레리, 헤밍웨이의 숨결과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느끼고 싶다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휴머니즘을 발견하고 싶다면, 파리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손에 들고 센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거닐어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색 문과 노란색 간판의 낡고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따뜻한 팬케이크 한 조각과 홍차 한 잔, 그리고 희망이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약을 처방받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어떤 곳인가?

셰익스피어 & 컴퍼니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19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실비아 비치에 의해서였다. 그녀는 파리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極?대한 타오르는 애정으로 오데옹 가에 서점을 차리게 된다. 이 서점은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초판본을 출간한 곳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나치에 의해 서점은 문을 닫게 된다. 실비아 비치는 대전 기간 중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이 서점을 사랑하던 헤밍웨이가 1944년 미군과 함께 파리로 들어와 직접 서점 건물의 점거를 풀었지만 실비아 비치는 이미 지쳐 있었고 은퇴를 결심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오데옹 가에 있던 옛 서점에서 멀지 않은 센 강변에 서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 미국인이며, 방랑가이며, 몽상가이며, 공산주의자였던 시인 조지 휘트먼에 의해서였다. 젊은 시절 전 세계를 돌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그는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문명 수업을 들었고, 이상적인 공동체사회의 건설을 꿈꿨다. 40년대가 지나고 파리의 문화가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하던 1951년, 조지는 노트르담 맞은편에 건물을 얻어 서점을 열었다. 서점의 처음 이름은 ‘르 미스트랄’이었다. 이후 그는 서점에서 무료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고, 무상으로 도서를 대여했다. 점차 이 곳은 파리의 명소로 알려졌고 문학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 1963년, 조지의 쉰 번째 생일이 지나갔고, 그로부터 1년 뒤 서점의 이름을 셰익스피어 & 컴퍼니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 서점은 휴머니즘의 성지이자 문학의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