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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새는 바가지, 한국 국회의원들

Joyfule 2014. 3. 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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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새는 바가지, 한국 국회의원들



지난 주 내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지금까지 많은 교포들과 시민단체들이 수고하여 주 상하의원들로 하여금 다수결로 통과시킨 동해 병기안이 거의 파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하원의 담당 상임위원장이 고의로 이 안을 자기 책상에 그냥 방치하고 있다가 승인해야 할 법정기일을 넘긴 것이 원인이었다. 

그는 비백인으로서 자기가 과거에 상정했던 소수계를 위한 복지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던 그 보복으로 하원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동해 병기안을 기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른 주는 모르겠으나 버지니아 주는 담당 상임위원장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이런 식으로 통과를 저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안을 기다리고 있던 상원에서 상임위원장이 하원의 결과를 번복(override)하고 이를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인데, 주지사는 이를 비토(veto)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곳 한인교포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한인 교포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 정부가 그들의 로비스트들을 통해 동해 병기안을 파기하려고 주 의원들과 주지사를 설득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신임 주지사가 선거 당시 한인교포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해서 많은 한인들의 투표가 그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그도 한인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만약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그는 큰 빚을 지게 되고 차기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이 완전히 통과되고 발효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다. 

버지니아 주에는 한인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북버지니아에는 한인교포들이 밀집되어 있어 그들의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 곳이며 한국계 하원의원도 배출한 곳이다. 그리고 이곳 교포들의 교육수준도 높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이곳 정치인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번 동해 병기안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순전히 교포사회의 공인데, 이 공을 나눠먹겠다고 한국 국회의원들이 워싱턴으로 운집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곳 교포신문에 의하면 버지니아 주 한인들의 결집된 노력으로 교과서 동해 병기를 이뤄낸 것에 대해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그 공을 덜어가기 위해 이곳 교포사회를 기웃거리는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동해병기 법안을 추진한 버지니아 한인들을 접촉하면서 저마다 도움을 준 것을 언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신문에 의하면 이들은 그동안 워싱턴 한인사회에 전혀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뿐더러 실제 동해병기 법안추진과정에서 일체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폭로하고 있다. 또 어떤 의원은 자기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기간에 주 의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교포들의 한국참정권과 교포들의 한국어교육을 위해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하고 교포들의 성원을 성사시킨 국회의원들도 이런 상황에서 조용히 있는데, 그동안 이 지역에 발길조차 하지 않던 국회의원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어 교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고국으로 눈을 돌려본다. 지금 국회에서는 여러 민생법안과 북한인권법이 산적해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이 외면하고 있으며, 노년층 기초연금도 여야의 다툼으로 무산될 처지에 놓여있다고 한다. 게다가 국정원의 역할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과연 국회가 국정원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국정원이 하고 있는 일을 사회에 일일이 밝히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국회의원들의 세력이 막강하더라도 일반에 알리지 말아야하는 국정원 업무와 그곳에서 일하는 인사들의 얼굴을 미디어에 노출시키고 국가안보를 위한 국정원의 기밀업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나라 일을 장악하려고 하니 고국에 사는 국민들과 교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분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시민들이 과연 국가를 위해 투표를 했는지 의심이 간다. 그리고 정부가 민생과 직결된 국가경제를 위해 통과시켜달라고 보낸 안건들이 국회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도 이것에 개의치 않고 여야는 서로 발목을 잡고 당파싸움으로 시간만 허비하면서 국민들의 세금만 축내고 있으니 오호통재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국민의 혈세로 외국에 나와 해외 교포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이 분들이 국민을 위하는 공복인지 묻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십시다. 선거 때 공약한 것을 기억하시고 하루 빨리 실천으로 옮기는데 경주(傾注)하시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시급한가를 직시(直視)하는 지혜를 가지십시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