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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ㅡ 이어령

Joyfule 2009. 3. 31. 00:38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ㅡ 이어령 
                하나님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는냐"
                "네가 그 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