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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Joyfule 2023. 1. 13. 16:00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옆 사무실의 변호사 친구가 내게 흥분한 어조로 이런 말을 했다.​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 왔다. 개발지역의 거대한 땅 사건인데 의뢰인들이 공탁금이 없어서 소송을 못하고 있어. 그 돈만 대신 내주고 소송을 해주면 성공보수를 많이 주겠다는 거야. 그 사건을 맡아서 내가 한번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해보기로 했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얻고 주위에서 빚을 내서 공탁금을 내고 그 소송을 맡았다.”​

“소송이란 이길지 질지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런데 아파트까지 잡혔단 말이야?”​

내가 물었다. ​

“카지노에서 카드 한 장으로 인생을 거는 도박사들도 있잖아? 변호사가 사건에 인생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좀팽이 변호사들이 투자할 용기를 갖지 못하니까 그런 큰 사건이 법원가를 떠돌아다니는 것 아니겠나? 나는 그걸 잡기로 한 거지.”​

덩치가 작은 편인 그는 배짱이 두둑했다. 대학 동기인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아내가 학교 앞에서 하는 작은 음식점의 카운터를 보고 일을 도우면서 고시 공부를 했다. 그는 애당초 변호사 비즈니스를 하려고 결심한 것 같았다. 인간의 그릇도 컸다.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하는 그의 법률사무소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의 다음 수순은 정계 진출이었다. 지역구를 다지면서 정계의 중진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가 큰 사건에 매달려 몇 년쯤 지났을 때였다. 그는 내게 법원에서 재판을 한 번만 연기해도 피가 마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자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 소송이 마지막에 이를 무렵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길 것 같다.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게 되면 희대의 높은 성공보수가 문제가 되어 윤리문제가 제기 될 수도 있을 거다. 만약 내가 징계를 받아 변호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자네 사무장이 될 거야.”​

그는 승부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드디어 성공했다. 어느 날 그가 지적도를 가지고 와서 내게 보이면서 자랑했다. ​

“성공보수로 일부는 돈으로 그리고 일부는 땅을 받기로 했다. 아파트 개발지역의 노른자 땅들을 내 마음대로 골라서 가지게 됐다. 나는 이제 부자다. 서류가방들고 법원을 드나드는 변호사는 끝났다.”​

그는 인심도 후했다. 그를 도운 직원들이나 후배변호사에게 거액의 돈을 뿌렸다. 그의 통 큰 행진이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금융회사를 사고 여의도와 명동에 빌딩을 구입해 그 방면의 거물로 커가는 것 같았다. 사는 세계가 달라지면서 만날 기회가 뜸해졌다. 한번은 그를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회사 하나만 사서 되팔아도 수십억 수백억이 들어온다. 그런 세계가 있었어. 푼돈 받고 법원을 다니면서 판사에게 굽신거리는 변호사는 할 게 아니었어. 큰 신문사도 밑에서 기자로 올라가는 것 보다 회사를 사서 바로 회장을 하면서 편집국장을 임명하는 수가 있더란 말이야.” ​

우물 밖에 나와 세상을 보고 알려주는 그의 말을 우물 바닥에 있는 나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

그 무렵 지하철을 타려고 역을 가면 벽에 커다란 광고판이 붙어 있이었다. 그 중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문구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인간은 내남없이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하고 저녁이면 불을 끄고 어두운 방에 혼자 남아 기도를 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입술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빌었다. 그렇지만 속 마음은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었다. 이중적이고 위선이 가득한 기도였다. 그렇지만 나는 내 자신이 작은 그릇인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돈이 쏟아진다고 해도 그걸 담아 운용할 능력이 없는 게 분명했다. 부자가 된 친구의 승승장구하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으면서 세월이 흘렀다. 얼마 전 대학동기 모임에서 오랫동안 금융계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친구가 그의 소식을 전했다.​

“내가 평생 몸담고 있었지만 금융계라는 곳이 이면은 얼마나 살벌하고 잔인한 곳인지 몰라. 내가 변호사에서 금융사업가로 변신한 그 친구를 볼 때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 보였어. 그냥 번 돈 가지고 변호사를 계속하면서 편하게 지내지 왜 저러나 하는 걱정이 들었거든. 내가 알기로는 그 친구 번 돈을 전부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걸로 알아.”​

부자가 됐던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마도 부자의 공허함을 절실하게 체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심지가 굳은 친구였다. 모든 걸 툴툴 털어버리고 이번에는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보석을 찾아나섰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기도하고 들춘 성경에 이런 말이 나왔다. ​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재산이라고 하는 것은 독수리같은 날개가 달려있어 어느 날 갑자기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