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정치거물 앞의 무력한 판사들
야당 대표 이재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결정문에서 그가 개발 사업에 관계가 있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했다. 유죄의 심증이다. 위증교사 혐의도 소명됐다고 했다.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판사는 당대표이고 직접 증거가 부족해 구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담당 판사의 결정문은 세상의 눈과 몸보신 사이를 법기술적으로 비겁하게 빠져나간 것 같다.
일반 형사범을 변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어떤 직접적인 증거도 없었다. 재판장은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직접 증거가 있어야만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정황증거만 가지고도 실체적 진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사십년 가까이 보아온 법은 신분에 따라 적용이 다른 면이 있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의 거짓말이 대법원의 심판대에 올랐었다.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였다. 대법원에서 그를 위한 독특한 이론이 탄생했다.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니고 소극적인 거짓말이면 괜찮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나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사건을 담당했던 대법관은 그후 대장동 개발 사건을 지원하는 오십억 클럽의 일원이 됐다. 악취가 풍기는데도 잘 사는 것 같다. 신분이 높으면 직접 증거만 없으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십년 가까이 해 온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그 영장기각의 결정문은 어떻게 하면 구덩이에 빠진 여우가 살아나올 수 있는지 그 법 기술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잘못했어도 끝까지 부인하며 버티라는 암시가 들어있는 것 같다. 내부결속을 다지고 증인들을 철저히 단속해서 배신자가 나오지 않게 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정치권의 거물이니까 이 순간만 지나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결정문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치 거물이 되면 법의 위에서 영생하는 경우도 많다.
정보기관 핵심 간부로부터 권력 내부의 이권 카르텔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권력의 이인자로 알려진 인물은 후계자를 꿈꾸었다. 그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거두어 들인 막대한 자금을 자신의 심복사업가를 시켜 은밀히 관리했다. 그가 대통령은 되지 못했지만 부정한 돈은 영원했다. 재벌급이 된 모 인사의 배경은 그 돈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메이커로 불리던 원로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미국의 교포에게 자신의 자금을 관리시켰다. 그런 그가 죽자 자금관리인은 엄청난 부자가 되어 지금까지 잘 산다고 했다. 권력의 이권 카르텔은 생명력이 강하다. 미국의 무기회사가 한국 내에 호텔을 지어 그 지분을 정치권력의 하수인에게 주는 방법으로 건네준 적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석유메이저가 특정 대통령 후보를 위해 자금을 대고 국내 석유 유통망까지 장악한 적도 있었다. 그런 게 우리의 검은 역사이고 국민들은 영원히 그 내막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야당 대표의 시장 도지사시절 업자와의 관련성은 거악의 빙산 일각인지도 모른다.
사냥개는 절대 여우를 잡을 수 없다. 사냥개는 주인의 명령을 받고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도망치는 여우는 목숨을 건다. 그게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앞으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정치적 승리 가능성에 따라 사법부의 법기술자들은 증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그의 조직장악력이나 법정에서 공동피고인이 된 심복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 이미 그는 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거물이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연수생으로 성남법원으로 있을 때 점심을 사면서 판사가 되라고 권한 고참 법관이 있다. 연수생 이재명은 좋은 정치인이 되겠다면서 사양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고참 법관이 나의 친구다.
나는 이재명 대표가 정말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도망치는 여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형수에 대한 욕이나 여배우에 대한 대응 그리고 기회주의적 사법부의 법기술자들 앞에서 하는 연출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을 국민들은 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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