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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31. 미로 게임

Joyfule 2021. 7. 29. 05:55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31. 미로 게임
얼마 전의 일이다. 
퇴근하고 쫄따구와 함께 한잔 하러 광화문통을 내려가는데 
어떤 여자가 다가오더니 보람은행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왔다. 
모르겠다고 했더니 이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오던 길을 갔다. 
나는 쫓아가서 방법을 알려주려다가 그만두었다. 
친절을 베풀려다 괜한 오해를 사기도 싫었고 귀찮기도 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낯선 장소나 인물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도 가 보지 않았던 곳을 가려면 우선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모르고 
지하철을 타서는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팩스로 보내준 약도와 함께 어떻게 어디로 오라는 설명을 전화로 들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길눈이 아무리 밝아도 초행길은 누구나 해매기 마련인 것이다. 
이럴 때 전화번호부를 활용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우선 아까 그 여자가 물었던 보람은행을 광화문 근처에서 찾아 보자. 
뜨거운 여름에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은행을 찾아 헤매는 일은 
누구라도 정말 뚜껑 열릴 일이다. 
이때는 출발 전에 전화번호부를 놓고 보람은행을 찾는다. 
금융기관에서 보람은행을 찾아 각 지점을 훑어라. 
광화문 지점이 없으면 종로 지점을 찾고 그래도 보이지 않으면 
본점에 전화를 걸어 여기가 어딘데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어디냐고 물어보라.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또, 약도를 들고 갈 경우에는 사전 전화 통화에서 가능하면 최대한 자세하게 묻되 
근처 지리를 집중적으로 묻고(대표적인 건물을 중심으로 추적해 간다) 
입주한 건물의 특징, 예를 들어 건물의 색깔과 층수, 
1층 상점의 이름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고생을 면한다. 
복잡해서 도저히 찾을 자신이 없으면 전화를 해 어디 있으니 사람을 내보내 달라고 하자.
다음, 주소만 들고 집 찾는 요령이다. 
이런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아는 게 주소밖에 없을 때 집을 찾는일은 거대도시 서울에서 장난이 아니다. 
만약 찾는 집의 주인이 호주면 전화번호부의 인명록을 뒤져라. 
홍길동이라면 아마 한 열 명은 되겠지만 주소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으면 
바로 그 사람이 찾고자 하는 집의 주인이므로 얘기는 쉽게 풀린다. 
그렇지 않다면 우선 해당 동사무소를 찾아간다. 
주소는 보통 무슨 시 무슨 구 무슨 동으로 시작되니까 
그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아낸 뒤 택시를 타고 가라. 
어느 동네건 동사무소에는 
관내 지도(동사무소가 관할하는 동네 지도)가 아주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따라서 몇 통 몇 반 몇 번지만 알면 이 지도를 보고 집을 찾을 수 있다. 
단, 파출소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게 현명하다. 
이 나라 경찰은 아직도 모든 국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향이 농후해서 
재수 없으면 봉변당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