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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35. 담배, 그 후회할 버릇

Joyfule 2021. 8. 3. 01:10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35. 담배, 그 후회할 버릇
책상에 앉아 원고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비실비실 다가오더니 라이터 좀 빌려 주실래요! 한다.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주자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간다. 
나는 속으로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텐데~하면서 다시 원고를 본다. 
그녀가 라이터를 들고 돌아온 것은 10분 후. 
슬쩍 냄새를 맡아 본다. 
눈썹 올리는 데 썼어요. 불로 달궈서 올리면 잘 되거든요. 
하기야 이 사무실에서 굳이 화장실 가 담배를 필 여자는 없다. 
다들 내놓고 피는 마당에 그녀 혼자만 변기를 타고 앉아 담배를 물고 있겠나. 
내가 담배를 피기 시작한 건 대학 1학년 때다. 
220원 하는 한산도가 없어서 못팔 때였는데 내가 담배를 피기로 마음  먹은 건 고독해서였다.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내게 그 파란 연기가 뭐라도 
보상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담배를 피게된 것이다. 
이때부터 피기 시작한 담배를 아직까지 줄창 피고 있는데 
한 번 배운 담배는 끊기가 여가 어렵지 않다. 
술은 마시지 말라면 안 먹겠지만 이 담배만큼은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다못해 감기가 걸려 캑캑거리면서도 담배를 피우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여성 흡연이 크게 늘고 있다. 
남자의 경우는 어른이 되면 으레 피워야 하는 게 담배라고 알고 너도나도 피우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살을 빼기 위해서, 나처럼 고독을 달래려고, 
멋있어 보이니까 등등 담배를 피는 이유도 다양하다.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여자들도 잘 안다. 
더욱이 임신중에 피는 담배는 태아에게 치명적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폐암에 걸릴 확률도 비흡연자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걸 모르는 흡연자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담배를 핀다. 
아직 못 피는 사람은 피고 싶어 하고 아이들은 숨어서까지 몰래 핀다. 
나쁜 줄 뻔히 알면서 왜 담배를 피울까. 
형사 콜롬보를 보면 피터 포크는 깊은 생각에 잠길 때 시가를 물고 왔다갔다 한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해야 할 때 담배는 확실히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껌을 씹으면서도 그럴 수는 있겠지만 모락모락 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면 
심리적으로 괜히 뭔가 더 잘 떠오르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 일부 한의사 중에는 담배가 체질에 맞는 사람은 피워도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의 해로움만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후회하고 있음을 알라. 
나도 금연 좀 하고 싶지만 안 돼서 지금도 담배를 물고 있다. 
기관지가 나빠지고 가래가 생기며 특히 담배가 떨어지는 순간이면 
무슨 마약 중독자처럼 허둥거리는 모습이 내가 봐도 한심하다. 
아직 피우지 않는다면 담배는 앞으로도 입에 대지 말자.
차라리 술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