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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4. 신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

Joyfule 2021. 6. 29. 02:41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4. 신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신문을 어떻게 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냥 주르르 훑어보면 될 것 아니야? 맞는 말이다. 
신문 보는데 무슨 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대문간에 떨어져있으면 가져다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 신문들을 보자. 
이게 신문인지 주간지인지 아니면 큼직한 잡지인지 모를 정도로 두껍다. 
보통 32면에 일주일에 한두번쯤은 간지가 껴서 들어온다. 
대충 제목만 읽는다고 해도 30분은 족히 걸린다. 
기사보다 광고가 더 많아서 좀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남는 게 시간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두툼한 신문이 킬링 타임용으로는 쓸만하다. 
그러나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신문을 통째로 보지 않는다. 
신문도 백과사전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처럼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는 (한겨레신문)을 비롯해 대부분 비슷한 편집 체제를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조선일보)니 (동아일보)니 하는 그 신문의 이름이 박힌 면이 1면이고 
차례로 넘기면 2면, 3면이 이어진다. 1면은 종합면이다. 
신문이 나오기 직전까지의 기사  중 아주 중요한 것은 대게 이 1면에 실리므로 
시간이 없는 사람은 거리 가판대에서
돈 안 내고 훤히 보이는 1면만 슬쩍 훑어도 중요한 뉴스는 다 본 셈이다. 
예를 들면, 김일성 주석 서거라거나 LA 대지진 또는 성수대교 폭싹~ 뭐 이런 것들이다. 
이런 톱 뉴스 몇 건만 챙겨도 어디 가서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는 안 하게 된다. 
1면을 제외한 나머지 면들은 정치,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사회면 등으로 갈라져 
순서에 따라 배치되는데 (중앙일보)가 신문을 섹션화시키면서 이런 룰도 깨지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야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기 편하다는 점에서 섹션신문의 등장이 반갑기는 하나 
이의 부작용으로 흥미 없는 기사는 아예 보지 않게 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독자들은 골치 아픈 정치나, 경제, 국제 뉴스는 펴볼 생각도 않고 
바로 연예 오락 섹션만 골라 펴든다는 얘기다. 
그 나머지래야 금주의 TV 하이라이트 정도가 고작이고. 
여자들이 아직도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취약으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사 상식이다. 
모든 여자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여자들은 차인표 군대 간 날짜는 알아도, 
혹은 무슨 드라마가 어느 채널에서 몇 시에 하고 누가 나오는지 줄줄이 꿰면서도 
보스니아 내전이 왜 그렇게 오래 가는지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며 
김영삼 대통령이 왜 정책 부재로 헤매는지 그 까닭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한 마디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제대로 모르고 산다는 얘기인데 
그러고서야 어찌 남들과 꿇리지 않고 대화를 할 것인가. 
옆길로 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유학생들은 외국에서 몇 년을 공부하고 돌아와도
그  나라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한다. 왜 그려냐니까, 
아 이게 강의만 끝나면 한국 유학생들이 우루루 저희들기리 몰려다니며 
한국말로 낄낄거리니 언제 말을 배우겠느냐는 것이다. 
언어라는 게 처음에는 그 나라 사람들하고 손짓 발짓 해가며 몸으로 부딪혀야 
가장 빨리 배우는 법인데 틈만 나면 한국 사람들만 찾아서 한국말로 지껄이니 될 턱이 없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보면 여자들은 대기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점심 먹고 볼링 치고 커피 마시고 그러는데 남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썩 보기 좋은 풍경이 못된다. 
이런 행동은 여자 자신을 스스로 한정시킬 뿐만 아니라 화제의 빈곤에 빠지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직원이 아닌 다만 여직원으로 축소시킬 뿐이다. 
회식 자리에 가서도 그렇다. 
여자 직원들은 끼리끼리 몰려 앉아 안주에 밥만 먹고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남자 직원들의 입만 멀뚱멀뚱 다보다가 아, 지겨워! 어서 끝나고 집에 갔으면~ 하는 게 보통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남자들의 화제는 보통 정치나 경제 문제가 주를 이룬다. 
좀 고상한 사람들은 문화를 화제로 삼기도 하지만 
그런 인간의 10%미만이고 대체로 시사 문제가 주가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전문가인 양한다. 
아무도 지려고 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가 내놓은 분석이 맞는다고 난리를 친다. 
여자들은 보통 그 거품과 난리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시사 문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렇게 보자. 정치, 경제, 국제, 사회면은 최소한 제목이라도 훑어라. 
칼럼과 사설은 꼭 읽고 문화면은 꼼꼼히 보자. 
여자들이 시사에 어둡다면 남자들은 문화에 어둡다.
점심 시간에, 회식 자리에서 괜히  빙빙 돌지 말고 
그들의 대화에 참여해 한 마디 거든다면 직원들은 당신을 다시 볼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정보사회다. 쓸만한 정보를 챙기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신문을 잘 보는 것, 
그것은  세상 속에 내가 있고 내가 그 안에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