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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2. 쓸만한 직장, 어떻게 고르나

Joyfule 2021. 6. 26. 07:19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2. 쓸만한 직장, 어떻게 고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든 대학교를 졸업하든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한 사람들은 
일단 백수의 반열에 오른다. 
백수가 되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데, 
처음에는 늦잠을 실컷 자서 좋고 빈둥빈둥 책도 보며 친구도 아무 때나 만날 수 있어 
천국 같다고 펄펄 뛰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이게 장난이 아니네 싶을 것이다. 
백수였던 친구들이 하나 둘 일자리를 얻어 이제 더 이상 (대낮에) 만날 사람마저 없어지면  
하루 종일 혼자서 몸부림을 쳐야 한다. 
그 고통은 백수 노릇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죽어도 모른다. 
거기에다 부모의 눈초리도 슬슬 달라진다. 
뺀뺀히 노는 주체에 돈이나 뜯어가고 (백수가 되면 돈을 많이 쓴다. 
시간을 죽이려면 돈이 필요하므로) 할 일 없이 집에 앉아서 먹어대기나 하니 
아무리 자식이라도 곱게 보일 리가 만무하다. 
이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백수들은 신문이 오기가 무섭게 구인 광고란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사원 모집 직원 채용 이런 문구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챙기고 이력서를 쓴다, 
자기소개서를 쓴다, 증명사진을 찍는다 호들갑을 떠는데 결과는 보통 신통치 않게 마련이다. 
열에 일고여덟은 소식이 캄캄일 것이고 기껏 서류전형을 통과했답시고 연락이 와서 가 보면 
광고를 보고 기대했던 회사와는 생판 다른 황당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TV에서 보았던 근사한 사무실 풍경은 한낱 꿈이었으며 준다는 봉급도 상상을 초월하고 
하라는 일도 도무지 아니올시다인 것이다. 
요즘처럼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라는 세상에서 쓸만한 직장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졸업하기 전에 이른바 대기업에 취직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거나 
전공 과목이 취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면 일반 회사를 직장으로 삼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도 한번 직장을 잡아보겠다면 이렇게 하라. 
괜찮은 회사는 신문에 광고를 낼 때 반드시 회사 이름을 분명하게 밝힌다. 
비싼 돈 주고 광고를  내는데 왜 자기 PR할 기회를 놓치겠는가? 
또 뽑아야 할 부서와 내용을 아주 구체적이고도 자세하게 명시한다. 
백수들은 이 나라에 모두 대기업만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생판 처음 들어보는 중소기업이 훨씬 더 많고,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보다 짭짤한 회사도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원치 않은 회사일수록 무슨 그룹이네 인력관리본부네 해서 좀처럼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길바닥의 전신주나 담벼락에 붙인 여직원 급구. 월수 200 보장 선불됨. 
숙식 가능을 큼지막하게 써놓은 광고지처럼,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어디에도 밝히지 않고 
그저 좋은 회사에서 월급 많이 줄 테니까 한 번 와 보라는 투이다. 
이런 회사의 경우 합격 통보를 받고 찾아가 보면 십중팔구는 물건을 팔아오라는 주문을 한다. 
3개월의 영업 실습 후 관리부서에 배치된다는 좀 점잖은 사기도 있고 피라미드 판매조직처럼 
말도 안되는 논리로 허황된 꿈을 주는 곳도 허다하다. 이들의 감언이설은 상상을 불허한다.
얼마나 말을 잘 하는지 몇 분만 듣고 있어도 정말 그들 말대로 될 것 같고 
잘 하면 때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이다.
TV에  더러 보도되는 취업 사기의 상당수가 이런 수법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광고의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회사 이름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곳은 일단 무시하는 것이 좋다. 
특히  광고료가 싸서 유령회사들이 애용하는 스포츠 신문의 광고는 아예 안 보는 것이 이롭고 
조선이나 동아 같은 신문의 광고도 유심히 살펴 뜯어보고 
잘 판단해서 이력서를 보내는 것이 요령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깔끔하게 써서 보내는 것이 기본인데
(요즘에는 워드프로세서로 많이들 한다. 
가능하다면 남의 것 빌려서라도 출력해 보낼 것) 증명사진은 반드시 사진관에 가서 찍는다. 
지하철역 매표소 근처에 있는 자동 사진현상기로는 절대 찍지 말 것. 
당신의 얼굴이 시체가 되어서 나온다. 참고로 덧붙이면, 
이 나라 대부분의 회사가 펄펄 끓는 여름이나 엄동설한에는 직원을 채용하지 않은다.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백수 노릇을 면하겠다고 돈 몇 푼에 죽기보다도 하기 싫은 일을 한다거나 
아니면 까짓 것 잠깐인데 어때 하면서 서비스업(?)에 종사할 생각은 절대 삼갈 것. 
잘못하다가는 일찌감치 사회에 대한 좌절감만 맛보고 증오심만 키우거나 
심하면 인생 막 내리는 수가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취직한 선배 쫓아다니면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