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7. 말버릇을 고쳐라
이른바 신세대들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말버릇이다.
자기들끼리는 서로 개판이니까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겠지만
기성세대의 귀로 듣자면 실로 가관이다.
저는요, 화양리에 살구요. 직업은 출판사 직원이에요.
취미는 볼링인 거 같구요. 술은 뭐, 레몬소주 조금 마셔요.
아빠요? 사업하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언뜻 듣기에는 이 말에서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늘 이렇게 쓰니까. 위 예문을 보면 말끝마다 요가 들어간다.
이 요라는 조사는 서울 사투리다.
사전에서 보면 설명어의 어미에 붙어 존칭이나 주의를 끌게 하는 특수조사로 나와 있다.
그러나 존칭 또는 주의를 끌려고 요자를 말끝마다 붙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습관적으로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 것이다.
양식있는 사람이 듣기에 이 요요 소리는 짜증나는 말투다.
위의 예문을 바꿔 써 보자.
저는 화양리에 삽니다. 직업은 출판사 직원이지요.
취미는 볼링이고 술은 적당히 마시는 편이에요.
아버님은 소규모 자영업을 하십니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쓴 문장을 좀 어렵게 설명하면 문어체와 구어체를 섞어 썼다고 말한다.
쓸 때도 그렇고 말할 때도 이렇게 해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했습니다와 했어요을 적당히 섞어 쓰면 한결 듣기 좋고 예의 바른 말투가 된다.
김한길과 사람들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이랬어요 저랬어요라고 하지 않는다.
또 하나. 뭐뭐 같아요라는 표현의 남용이다.
취미는 볼링인 것 같아요. 볼링이면 볼링이지 같아요는 무슨 소리인가?
볼링이 취미는 취미인데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말인가.
이 같다라는 말은 무엇을 닮았다거나 좋아한다,
또는 불확실하지만 그럴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이다.
이 ~같다라는 표현이 처음 나타난 것은 3공화국 말기로서,
언론 통제가 심해 무슨 사안이든 직설적인 전달을 피하던 시절에
일종의 변칙적인 표현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라 한다.
박정희는 죽일 놈이다라고 말하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불구자가 되도록 맞겠지만
박정희는 죽일 놈인 것 같다라고 말하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언론 자유가 풀린 것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런 표현 습관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첨단 문명 속에 살면서도 무엇 하나 확실해 보이지 않는 사회적 현상
역시 우리들에게 내 취미는 볼링이다~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 한 이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말을 지껄이고 돌아다닐 이유는 없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밥 먹은 것 같아요~
이따위 소리는 집어치우자.
이외에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말이 쌔고쌨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 두 가지만 얘기하자면, 수고하세요~ 식사하세요~다.
수고하라는 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힘든 일이지만
애쓰라는 말이므로 절대로 나이 드신 어른에게 써서는 안될 말이고,
제깐에는 좀 고상하게 한답시고 쓰는지도 몰라도
식사하세요는 적당한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침 드세요나 점심 드세요가 훨씬 다정하고 적절한 표현이다.
밥 먹는 게 무슨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