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상담 - 정태기
제6장 청소년 위기 상담
(2) 긍정적 자신감이 있어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긍지감이 약화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자기가 하는 일들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오는 절망감과,
그 때문에 이어지는 자책감 때문이다.
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4명의 젊은이 가운데 3명이 죄책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자기들보다 월등한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기의 위상이
그들보다 낮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부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또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뒤,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아우성 소리가 들려 온다.
'내 이상대로 살기가 너무 어려워!'. '내가 하는 짓이 싫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자기에 대한 긍지가 저하되는 데서 오는
고통을 심하게 경험하는데, 특히 우정관계에서 좌절을 느끼거나
학교 성적, 기타 과외활동 등에서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더욱 심해진다.
정상적인 사람들한테는 이런 감정들이 왔다가도 금방 지나가 버리지만
긍지감이 저하된 젊은이들에게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된다.
이런 감정들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자기를 비판하는 감정이 증대되고,
긍지감에 상처를 주면서 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 파괴적인 성격을 형성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랑과 용납의 경험이 필요하다.
사랑과 용납의 분위기를 만들어 이런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부정적인 감정과 죄책감을 마음껏 이야기하게 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 인간은 자신감이 약할 때 자신을 가치 있는 인간으로 여기기 어렵다.
대학 1년 생인 K라는 여학생은 친구의 권유로 한 동아리에 가입하였다.
동아리 친구들도 모두가 호감이 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양의 마음에 긴장과 불안이 증대되는 것을 느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데
유독 자기만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 괴로웠던 것이다.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했다가 혹시 실수하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서,
입 속에 맴도는 말을 끝내 뱉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모임에서 돌아올 때마다 K는 자기 증오와 후회의 감정에 시다려야 했다.
K양의 경우는 자신감이 부족한 데서 오는 행동 장애인데,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비웃을 것이라는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런 공포심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이유로 어떤 모임에서든지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개진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의 결여는 학교활동이나 성적 등에서 남보다 뒤떨어질 때
자극을 받아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자신감이 약한 젊은이들은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에 의해 상처받기 쉽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사람들 속에 끼지 못하는 행동양태를 보인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흔히 자신이 재주가 없다는 생각에 지배를 받기도 하고,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좀 무리하다
싶은 일은 애당초 시도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하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남들이 자유스럽고 유쾌하게 놀고 있을 때 함께 놀지도 못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자기의 능력을 얕잡아 보기 때문에 어떤 일을
시도해 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일들도 수없이 놓쳐 버리고 만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자기의 실수에 대해서 자신을 호되게 비판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기를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불안을 느끼고,
그들이 자기를 얕잡아 보지 못하도록 신경을 쓴다.
이와 같은 이들의 행동은 또 하나의 자기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거듭 초래하게 된다.
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적 현상은 환상에 빠지거나,
자기 도취에 젖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의 두 가지 행동 양태는 다른 사람들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사람들은 인격적인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가 하는 행동
그 자체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생명력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에 큰 어려움이 있다.
(3) 학교, 가정,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실패에서 오는 자책과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불안감 및
자기를 보잘 것 없는 인간으로 인식하는 자존감의 약화라고 한다면,
이것은 젊은이 자신들의 내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성장에 상처를 주는 외적인 요인으로는,
요즘 심각한 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긍지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성적이다.
성적은 자기 존경심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 즉 학습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존경심이 약하다.
자기를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건전한 자아상을 가질 수 없다.
학교 선생님의 학생평가가 학생의 자기 존경심에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자기 존경심의 저하 때문에 학생들은
정신 집중을 방해하는 환상 및 백일몽을 꾸기 쉽다.
이런 정신상태에서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은
자기 존경심이 저하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낮은 성적 자체가 자기 존경심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 다음으로 청소년들의 자기 긍지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이다.
많은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과의 관계로 갈등을 겪고
(어쩌면 이런 현상이 정상일 수도 있지만) 있고,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자기 긍지감에 상처를 받는다.
(4)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으로 대해야 한다.
결론으로, 청소년들의 자기 긍지감 향상을 위해서 부모나 스승
그리고 다른 지도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기 긍지감이 약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이상 부정적인 언어나 충고는 필요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사탕발림의 격려나 칭찬, 다른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이 용납되고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는 작은 그룹의 모임이다.
그것은 가정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만남일 수도 있으며,
학교 선생님과의 만남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지적인 노력을 요하는 토의라든가,
승부를 가리는 경쟁적인 활동은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위한 모임은 승부하고는 관계없는 협동적인 활동이다.
누구의 장점이나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토의 그룹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따뜻한 관심은 열등의식에 젖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뜻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주어지고, 무엇이든 털어놓고 이야기해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자기 긍지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자유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고, 그들의 성장을 조작할 수도 없다.
다만 따스한 보살핌에 마음을 제공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자기 표현에 불안을 갖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기 감정을 자유롭게 나타내도록 유도하여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게 하면
건전한 판단능력이 생길 수 있다.
그들이 이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사랑과 용납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의 부정적인 개념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탈선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청소년이 탈선하는가?
한 통계보고서는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아이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에 대한 긍지감이 약한 사람, 자기를 존경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있고,
마음과 몸을 내키는 대로 내맡길 수 있다.
우리는 자녀들의 성적인 탈선을 염려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가진 자녀, 자기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자녀는
결코 성적인 타락을 하지 않는다.
자녀들, 제자들의 성적인 타락을 염려하기 전에 가정과 학교에서
그들의 인격을 존경해 주고 포용해 준다면 그러한 범죄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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