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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상담 - 정태기 - 3. 상처 입은 자존심

Joyfule 2005. 11. 7. 01:08


위기와 상담 - 정태기  
제6장 청소년 위기 상담 
3. 상처 입은 자존심 
4월은 한 해의 봄이 무르익어 가는 달이다. 
인생을 4계절로 나눈다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4월의 봄에 해당된다. 
곱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의 화사한 얼굴을 보고 있으며 파란 풀밭의 봄이 떠오른다. 
비교적 많은 시간을 이런 젊은이들과 함께 보내는 나는 
그들 가운데서 무성한 여름을 보고, 열매가 뚝뚝 떨어지는 가을을 내다본다. 
사회가 어지러워도 이런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용기가 솟아오르고 생명의 박동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나는 젊은이들이 외쳐대는 아우성 소리를 듣게 되었다. 
겉으로는 들리지 않아도 그들 마음속 깊은 데서 들려오는 아우성 소리에 
내 영혼의 귀가 트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아우성 소리가 한두 젊은이들에게서만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조금 과정한다면 그이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대학 1학년을 거의 마쳐 가는 J는 조용하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주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싫어하지도 않는다. 
말도 별로 없는 편인데 가끔 스포츠 이야기가 나오면 열을 내어 떠든다. 
자기가 지지하는 스포츠 팀과 자기를 동일시해서 승리할 때는 
마치 자기가 승리한 것처럼 환호한다. 
혹시라도 그가 좋아하는 팀이 지게 되면 좌절해서 
며칠씩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J는 백일몽을 자주 꾸는데, 꿈속에서는 자기가 영웅이 되어 즐거워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J는 늘 외로워 보이고, 
자신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감히 상상조차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그들을 기분 좋게 해 주려고 애를 쓰고, 
그들에게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 흥분한다. 
이런 J에게서 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다"라는 아픈 소리가 
그로부터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J는 자신에 대한 긍지를 상실했거나 아니면 긍지심이 심히 약화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최대의 꿈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기에 대한 긍지를 느끼는 것, 즉 자신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갖는 것은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아주 핵심적인 요인이다. 
자기에 대해서 긍지를 느끼지 못할 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유발되기 쉽다. 
자기에 대해서 긍지를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인정하는 것 그 이상이다. 
곧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향해 계속 발전하고 
성장해 갈 수 있음을 확신하며 사는 것이다. 
혹시 누가 자기를 비판한다고 해도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망하지 않는다. 
자기의 현재 삶과 미래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삶이 자신에게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유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 
(1) 자신에 대한 긍지가 자신의 성취를 이룬다. 
가장 괴로운 인간의 감정 가운데 하나는 자신에 대한 긍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즉, 자신을 ' 별로 보잘 것 없고 매력 없는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은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도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 가운데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자기를 비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처럼 기가 죽어 버린다. 
반대로, 누군가가 자기에게 달콤한 말로 접근해 오면 흥분해서 
쉽게 그 사람에게 빠져든다. 
이런 사람들은 사랑을 해도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참 사랑을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의 감정이 상대방의 칭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사랑은 쉽사리 뜨거워졌다가 쉽사리 식어 버리기 쉽다. 
행동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아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자기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런 젊은이들은 관객을 위해서 행동하는 배우들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결단에 의해서 행동할 때 아픔도 있겠지만 긍지도 그만큼 클 것이다. 
다른 사람만을 쳐다보고, 그들만을 위해서 자기의 감정을 억누르며 산다면, 
결국 허무와 심리적인 병만 남게 될 것이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